한국 검찰에 기소중지된 탈레반 대원 6명…처벌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1.08.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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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 탈레반 6명 피의자 수사 중 기소중지 처분…신병인도 가능하면 재수사 및 기소도 가능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회견 하는 샘물교회 선교단 일행. 2007.08.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회견 하는 샘물교회 선교단 일행. 2007.08.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 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이슬람 샤리아 율법에 의한 통치로 국제사회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반인권적이었던 과거 통치시기 정책이 부활하리란 걱정에서다.

탈레반 세력은 미국에 의해 정권을 뺏긴 뒤, 테리리즘으로 국제사회에 악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희생된 사건도 있었다.



분당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이 탈레반에 의한 테러였다. 인솔 목사와 남성 자원봉사자 1명이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했다.

2007년 7월19일 선교활동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해 전세 버스로 이동중이던 샘물교회 선교단 23명이 운전기사와 미리 함정을 팠던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카불에서 140km떨어진 카라바그 지역 도로에서 피랍됐다.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한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AP통신과 DPA통신 등 외신에 위성전화로 이틀후인 21일 오후 4시 30분까지 아프간에 파병돼 있던 한국군이 철군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전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해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7월25일 탈레반은 인솔자인 배형규 목사를 총으로 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이후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7월31일 탈레반은 자원봉사자 심성민씨를 추가로 살해했다. 나머지 21명은 피랍 42일만에 풀려났다.

검찰, 샘물교회 사건 탈레반 범인들 6명 특정해 수사 중 기소중지처분…신병인도시 재수사 및 기소도 가능
샘물교회 피랍사건시 선교단 일행이 이용했던 전세버스.샘물교회 피랍사건시 선교단 일행이 이용했던 전세버스.
검찰은 피랍사건이 종료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살해된 2명에 대한 부검결과 시신에서 탄환을 수거했고 살인사건으로 인지 수사했다. 석방된 피랍자들을 통해 사건 발생경위 등을 조사해 살해와 감금 등에 관여한 탈레반 조직원들을 확인했다.


검찰은 사건에 관여한 탈레반 관계자들에 대해 살인 및 특수감금 혐의로 적용했다. 검찰이 특정한 탈레반 관계자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과 오마이리, 샤키르, 아브잘, 차기르 등 5명 그리고 성명불상의 1명 등 모두 6명이었다. 이들 중 아마디 대변인은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탈레반 대변인 직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디는 피랍사건 다음해인 2008년 5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연결로 출연해 유수프 아마디는 "한국 정부가 경찰을 아프간에 파견할 경우 카불에 있는 한국 민간시설을 파괴하고 한국인들을 납치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철군한 한국군 대신 정부가 미국 요청에 따라 경찰 병력 파견을 검토하자 이에 대한 반응이었다. 아마디는 "한국인들이 이곳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납치하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며 "그들이 무엇을 하러 오든 우리는 싫다.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납치할 것"이라고 했다.

샘물교회 선교단 2명을 살해한 것에 대해선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우리가 그런 식으로 압박했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직접 나머지 인질을 데려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탈레반 재집권으로 기소중지된 샘물교회 사건 피의자 6명, 재수사 더 어려워져
사건을 담당했던 수원지방검찰청은 피의자들인 탈레반 대원들에 대해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2007년 11월 '기소중지'처분을 내렸다.

기소중지는 사건에 대해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충분하더라도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 사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검사가 일시적으로 수사중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04년 6월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살해된 김선일씨 사건 당시에도 살해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에 등장하는 살해범들을 '성명불상의 살해범'으로 규정해 기소중지했었다.

검찰의 기소중지 처분은 아마디 등 탈레반 조직원들이 아프간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때 이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해 한국내에서 기소를 통해 형사처벌하거나, 이들에 대한 아프간 현지 처벌시 한국인 살해·감금 등에 대한 혐의까지 병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해선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탈레반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이들에 대한 재수사나 한국으로의 신병인도를 통한 기소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평가된다.

'태완이법' 개정으로 '살인죄' 기소 가능한 시효는 '무기한'…삼호주얼리 사건에선 소말리아 해적, 우리 법원서 '무기징역형' 선고
기소중지의 효력은 아직 살아있다. 기소중지는 검사의 처분으로 공소시효정지의 효력이 없고, 탈레반 세력이 행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015년 7월까지는 25년이었느나 법 개정(태완이법)으로 '무기한'으로 변경됐다.

김운용 변호사는 "기소중지의 효력은 아직 살아있고 기소중지는 검사의 처분으로 공소시효정지의 효력이 없다"며 "샘물교회 사건에서 탈레반 범죄의 핵심인 2명에 대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015년 7월까지는 25년이었느나 법 개정(태완이법)으로 '무기한'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태완이법은 개정 당시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미제사건들에 대해서 부칙을 통해 시효폐지 효과가 즉시 발생하도록 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에게 위해를 가한 외국인을 우리 사법시스템으로 형사처벌하는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검찰은 2011년 발생했던 삼호주얼리호 소말리아 해적 사건에서 생포돼 국내로 압송된 해적 5명을 기소했다. 수사를 통해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마호메드 아라이 등에게 해상강도 및 살인미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그해 12월 대법원은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마호메드 아라이에겐 무기징역형을 나머지 4명에겐 12~15년의 징역형을 확정시켰다.

샘물교회 사건 사망자 유족, 국가 상대 3.5억원 손배청구하기도…법원 "국가 배상책임 없다"

한편 샘물교회 사건에서 사망했던 자원봉사자 심씨의 유족들은 "출국금지 등을 하지 않아 사망한 피해에 대해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3억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권사용을 미리 제한해 아프간 출국을 막았어야 했는데 정부가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단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가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가 아프간을 여행제한국으로 지정해 긴급한 용무가 아니면 여행을 취소·연기할 것을 계속해서 권고했고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이를 게재했으며, 납치위험성과 위험상황 발생 경고 등을 언론에도 공표했다"면서 "여행객들에게 일일이 알리지 않았더라도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을 취했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카불=AP/뉴시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은 내부나 외부의 적을 원치 않으며 아프간에 포괄적 정부를 구성해 안전 보장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2021.08.18. [카불=AP/뉴시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은 내부나 외부의 적을 원치 않으며 아프간에 포괄적 정부를 구성해 안전 보장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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