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에 대한 괜한 걱정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8.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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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레드벨벳,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에게 1년 8개월의 공백은 득보단 실이 큰 시간이다. 어느 영역이던 대체 가능한 이들은 존재하고, 레드오션이 된 아이돌 시장은 이러한 순환이 가장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부재가 기회가 되는 아이돌의 생리는 짧아진 컴백 텀으로 치열한 업계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의 아이돌은 짧게는 2~3개월에서 보통은 6개월 단위로 앨범을 낸다.

대체가 가능하다는 건 아이돌에게 있어 굴레와도 같은 숙명이다. 때문에 아이돌은 연예인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다. 활동을 하는 도중에도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컴백하는 날에도 다음 앨범을 계획한다. 이런 아이돌에게 1년 8개월의 공백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기를 돌이켜보면 좀 더 명확하다. '노바디' '소 핫' '텔 미' 등의 히트곡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원더걸스가 미국행을 결정하며 1년 반 동안 공백기를 가졌을 때, 회심의 복귀작 '2 Different Tears'는 이전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들의 자리를 새로운 걸그룹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최근 원더걸스보다 더한 공백기 끝에 컴백한 걸그룹이 있다. 바로 여섯 번째 미니앨범 'Queendom(퀸덤)'으로 돌아온 레드벨벳이다. 'Queendom'은 지난 2019년 12월 발매한 앨범 ‘‘The ReVe Festival’ Finale’(‘더 리브 페스티벌’ 피날레)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의 신보다. 그런데 이전 사례들과 달리 레드벨벳의 자리는 대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컴백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듯 연일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대중의 인기 지표인 음원차트에서 타이틀곡 'Queendom'은 지니, 벅스, 바이브, 모모플 등에서 1위에 올랐다. 18일 기준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팬덤의 지표인 음반에서도 18일 기준 신나라레코드, 예스24, 교보문고, 핫트랙스 등에서 일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반응은 더하다. 전 세계 51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 오르고, 중국 QQ뮤직 및 쿠거우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존재를 다시금 괄목할 만큼의 성공적인 복귀전이다.

레드벨벳,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레드벨벳,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오랜 부재로 인한 우려가 가장 크긴 했지만, 사실 이번 레드벨벳의 컴백은 부정 이슈(아이린의 갑질 논란)를 동반한 시험대 같은 복귀전이었다. 이슈에 가장 예민한 직업군인 만큼 이번 앨범의 결과에 따라 레드벨벳의 향방이 어떻게 갈릴 지가 빤히 보이는 컴백이었다. 이전보다 반응이 조금이라도 덜 해서도 안 됐고, 대중과 팬덤 모두에 긍정적 반응을 얻어야 했다. 그러려면 퇴색되지 않는 레드벨벳만의 특별함이 여전해야 했는데, 'Queendom'은 기대치만큼의 음악을 다시금 재현해냈다.

레드벨벳의 지난 음악들은 특별한 구석이 많았다. '빨간 맛'의 멜로디적 감성은 명쾌한 듯했지만 가사는 직접적으로 이를 드러내진 않았다. '피카부'는 멜로디가 난해한 듯 했지만 심플한 라인의 이색 조화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Queendom'도 마찬가지다. 청량함을 표방하지만 멜로디의 정서는 오묘함에 가깝다. 레드벨벳은 늘 음악 한편에 난해한 요소들을 버무리며 그 특별함으로 누구도 따라하지 못하는 불가침의 영역을 만들었다. 레드벨벳은 대중성과 작품성, 청순과 걸크러시 등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정의할 수 없는 3차원의 영역에 선 특별한 존재다.

이번 컴백을 통해 레드벨벳은 자신들의 대체 불가함을 재증명했다. 부정 이슈도 오랜 부재도 이들에겐 별 타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더욱 존재감을 틔워냈다. '서머퀸'이라는 수식어마저 이들 앞에선 가볍게 느껴질 정도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시작의 어려움은 있어도, 잘만 하면 대박을 이루는 성공 공식이다. 그 공식을 가뿐히 써내려간 레드벨벳에겐 퇴색되지 않을 영겁의 시간들이 함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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