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소국경세 대응을 위한 전기요금의 가격신호 회복

머니투데이 이성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2021.08.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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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출간된 토머스 프리드먼의 '코드그린'은 출간 직후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느냐에 미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 프리드먼의 전망처럼 에너지 문제는 세계 각국에 위기인 동시에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EU(유럽연합)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탄소국경세' 도입이다. '탄소국경세'는 자국이 설정한 기준에 비해 많은 탄소 배출을 통해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부가하는 일종의 부담금이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미국의 바이든 정부도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선진국의 기후 리더십인 동시에 경제회복과 자국산업 보호수단으로 볼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와 산업부문 에너지사용량 중 전기사용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EU의 발표에 따르면 탄소 저감을 위해 국내에서 지출한 비용은 EU에 납부해야 할 탄소국경세에서 공제해 준다고 한다. 탄소 저감 비용을 우리나라 경제회복 및 산업정책 수단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EU에 탄소국경세로 납부하는 것에 비해 국익에 부합한다는 측면에서도, 탄소배출 저감비용을 충분히 전기요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취지에서 우리나라는 금년 1월 '기후환경 요금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전력량 요금 안에 포함되어 드러나지 않던 기후환경 비용을 별도로 구분하여 요금청구서에 표기하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시행된 만큼 매년 실제 발생한 비용을 기후환경 요금에 반영·조정하여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또한, 올해 초 도입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해서 연료비 증가에 따른 가격신호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해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도 탄소국경세 대응을 위해 필요한 상황이다.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은 국가 간의 통상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 2013년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제품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상계관세 부과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낮은 요금수준의 산업용 전력을 보조금으로 보고 조사한 것이 그 사례이다. 이후 전기요금은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정되긴 했지만, 탄소 저감비용이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원가 이하로 전기가 판매될 경우 보조금 지급으로 간주하여 결국 미국, EU 등은 추가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전의 적자 상황에서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제때 조정되지 않을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제기 가능성이 있는데 이 또한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분주한 지금, 탄소국경세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체계로 올바른 가격신호를 줘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정착시켜야 한다.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지금 풀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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