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 이례적 수석코치 마운드 방문, 사령탑은 다 생각이 있었다

스타뉴스 인천=심혜진 기자 2021.08.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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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한화전에서 투수 교체를 위해 아버지 강인권 수석코치가 아들 강태경(왼쪽)을 포옹해주고 있다./사진=NC 다이노스지난 15일 한화전에서 투수 교체를 위해 아버지 강인권 수석코치가 아들 강태경(왼쪽)을 포옹해주고 있다./사진=NC 다이노스


이동욱(47) NC 감독 : 올라갔다 오십시오 .

강인권(49) NC 수석 코치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재차 올라갔다 오라는 이동욱 감독 : 평생 한 번 밖에 없는 일입니다. 한 번 안아주고 오세요.



이렇게 감동적인 모습이 성사됐다. KBO리그에서 부자가 마운드에서 만나 진한 포옹을 나누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동욱 감독의 배려 그리고 강태경(20)의 호투가 뒷받침 된 덕택이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와 한화의 경기. 0-2로 끌려가던 7회말 NC 선발 강태경(20)이 한화 선두타자 김태연(24) 에게 안타를 맞았다. 여기서 NC 벤치는 더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선발 투수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이동욱 감독의 배려가 돋보였다. 보통 투수를 바꿀 때에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강인권 수석코치가 마운드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선발 투수인 강태경이 강인권 코치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강 수석코치가 아들을 격려하게끔 배려한 것이다.



아들 강태경은 모자를 벗어서 아버지를 맞았다. 부자는 악수를 주고 받았고 강 코치는 아들을 진하게 안아주며 격려했다. 도쿄올림픽 참패, 선수들의 방역 수칙 위반 등으로 팬심을 잃었던 KBO리그에 오랜만에 훈풍이 부는 모습이었다.

강태경은 강 코치의 차남이다. 양덕초-잠실중-배명고를 거쳐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41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아 아버지와 같은 팀에 몸담게 됐다. 그리고 지난 15일 외국인 투수 웨스 파슨스(29)의 등판이 미뤄지면서 강태경에게 기회가 왔다. 결과는 6이닝 5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2실점. 첫 1군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로 깜짝 호투했다. NC는 9회초 3점을 내며 역전했으나 9회말 동점을 허용해 3-3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강태경의 발굴은 분명 NC에게 큰 소득이었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야구인 2세가 등장을 알렸다. 그런데 이전 야구인 2세와는 다르다. 지금까지의 야구인 부자를 따져보면 '바람의 아들' 이종범(51) LG 트윈스 코치와 아들 이정후(23·키움), 박철우(57) 두산 2군 감독과 아들 박세혁(31), 이순철(60)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아들 이성곤(29·한화), 정회열(53) 전 KIA 타이거즈 코치와 아들 정해영(29·KIA 타이거즈), 유승안(65) 전 경찰야구단 감독의 두 아들 유원상(35·KT 위즈), 유민상(32·KIA) 등이 있다. 강인권-강태경 부자처럼 1군에서 같이 뛰고 있는 경우는 없다.


17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강태경이 잘 던졌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면서 "내가 선수, 코치, 감독까지 지내면서 부자가 마운드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 보는 거 같다. (아들이 마운드에 있기에) 어떻게 해줘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강 코치 보고 올라가라고 했다. 그 장면을 보니 따뜻함, 깊은 울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강 코치에게 두번째는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한 강 수석코치는 구단을 통해 "야구장에서는 아들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야구선수라 선수 그대로의 모습으 로 보려고 했다. 그래도 평소보다 긴장하고 본 건 사실인데, 기특하게도 잘 던져줘서 너무 고맙다. 걱정했던 것 보다 차분하게 잘 던져줬는 데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를 잃지 않았다.

누구보다 뜻깊었을 강태경은 "아버지가 경기 앞두고 씩씩하게 부담갖지 말고 미트만 보고 던지라고 해주셨고, 마지막에 마운드에서 수고했고 잘 했다고 하셨다. 안아주셨을때는 기분이 묘하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이번 경기를 발판으로 앞으로 더 준비 많이 해서 기회가 또 온다면 더 잘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태경은 지난 16일 말소됐고, 2군에서 경험을 쌓고 올라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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