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제도 변화로 세금을 더 내야하는 다주택자와 고가1주택 보유자는 물론, 부족한 자금을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무주택자까지 직간접적으로 규제 영향을 받게 되면서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보다 신중한 입법을 주문한다.
먼저 종부세 과세표준은 현행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상위 2%'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기준 공시가격 2%는 10억6800만원 수준으로 지금보다 과세 표준이 상승해 일부 1주택자 세금이 감면되는 효과가 있다.
종부세법 개정안에 담긴 "억원 단위 미만은 반올림해서 계산한다"는 내용의 부칙은 이른바 '사사오입' 논란을 불러왔다. 예컨데 공시가격 10억5000만원인 주택은 실질적으로 상위 2%에 포함되지 않지만 반올림 계산시 11억원으로 인정돼 종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여당 개정안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나, 법안을 검토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저해되고, 종부세의 인별 과세 체계와 다소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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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종부세가 2018년 이후 세율 인상 등을 이유로 사실상 매년 개정됐고, 주요 선진국에선 세율과 공제율 기준을 상대적 비중으로 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 기준 변경 주기를 3년마다 하는 것도 시장 흐름상 납세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종부세 2% 룰은 집값이 더 오를 경우 부부 공동명의 문제와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 현재 부부 공동명의 시 종부세는 공시가격 12억원 초과(인당 6억원씩 합산) 분부터 과세되는데, 앞으로 집값이 더 올라 공시가격 상위 2%가 12억원을 넘어설 경우 부부 공동명의 기준을 또 손질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어서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매매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은 시장 흐름을 반영한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법률 시행 시점에 따라 9억~12억원대 매물을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절세를 위해 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9억~12억원대 매물을 보유자들이 매도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당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면서, 다주택자와 고가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장특공제 축소안이 시행되면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과 경우의 수가 189개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서 한 시민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민의 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정책임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논란거리다. 정부는 올해 초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관련 위헌소송 의견서에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출 수요 규제 등은 국가의 방침을 천명한 행정계획 내지 행정지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의견서에 "대출 규제는 금융기관의 자발적 협조에 기초하며,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이 전혀 없다",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는 금융기관 외에서 차용능력이 우수해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리 싸움을 위한 비현실적 논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40대 직장인 A씨는 "현재 거주 중인 집을 팔고 평수를 넓히거나 시설이 좋은 새 아파트로 가려면 추가 대출이 필요한데 시내에서 이런 집들은 대체로 15억이 넘는다"며 "이자와 원금 상환 능력은 누구보다 은행이 면밀하게 검증하는데, 정부가 무슨 근거로 대출 규제선을 정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헌재 판결에 따라 시장에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대출 규제 정책이 위헌 판결을 받게 되면 이로 인해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게 된 수요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정책 추진을 주문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증세를 비롯한 규제 정책만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수 년간 시행착오로 입증됐다"며 "적어도 1주택자는 주거안정,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