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먹냐" 홀대받던 무알코올 맥주의 반전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1.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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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오비맥주의 카스 0.0,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0.00./사진제공=롯데칠성, 오비맥주, 하이트진로음료롯데칠성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오비맥주의 카스 0.0,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0.00./사진제공=롯데칠성, 오비맥주, 하이트진로음료


#퇴근 후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로 맥주 한 캔을 즐기던 김씨는 최근 무알코올 맥주로 갈아탔다. 칼로리도 적고 당도 들어가지 않아 운동 전후로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중인 박씨는 물로 채울 수 없는 갈증을 느낄 때 마시기 위해 제로칼로리 탄산음료를 구매했다. 기존 탄산 음료에 비해 맛이 없을 것이라는 오해와 달리 유사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당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콜라' 등 무설탕 탄산 음료에 이어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맥주맛 음료까지 식음료계에 '제로' 열풍이 불고 있다.

18일 하이트진로음료에 따르면 알코올과 칼로리, 설탕이 제로인 '올프리' 하이트제로0.00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했다.



타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시장의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도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고 오비맥주의 카스 0.0도 지난달 온라인 누적 판매 200만캔을 돌파했다.

한때는 찬밥 신세였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이어서 음료로 불리는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혼술 문화가 확대되면서 낮은 도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전세계 무알콜·논알콜 음료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3%를 기록할 전망이다.


관계자는 "기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임산부 등 술을 못 먹는 사람들에게 국한됐다면 이젠 자발적으로 술을 안 먹는 젊은 층 등의 소비자들에게 확장됐다"며 "일반 술보다 칼로리가 현저하게 낮다는 점도 건강을 우려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겐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동아오츠카의 나랑드사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제로./사진제공=동아오츠카, 롯데칠성음료사진 왼쪽부터 동아오츠카의 나랑드사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제로./사진제공=동아오츠카, 롯데칠성음료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와 같이 칼로리를 쏙 뺀 '제로 칼로리' 음료의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동아오츠카가 2010년 출시한 나랑드사이다는 최근 전래없는 전성기를 다시 누리고 있다.

나랑드사이다의 매출액은 올해 7월까지 누적 기준 약 37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1년간 매출이었던 350억원을 훌쩍 넘은 수치다. 2019년 16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30% 이상 증가했다. 매년 꾸준히 20%씩 성장해왔던 나랑드사이다는 최근 제로칼로리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한 번 맛보고 다시 찾는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출시 당시 사이다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나랑드사이다가 제로칼로리 음료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비결은 '맛'에 있다. 시장 변화에 맞춰 여러 차례 리뉴얼을 진행해 지금과 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아무리 제로칼로리로 건강을 신경썼다고 해도 맛이 없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며 "나랑드사이다는 제로칼로리 탄산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맛있는 건강한 탄산음료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칠성사이다 제로도 2011년 출시 후 4년 만에 시장 반응 악화로 생산을 중단했던 아픔이 있다. 하지만 이전에 사용했던 감미료를 교체하는 등 리뉴얼을 통해 기존 탄산음료와의 맛 격차를 줄이려 노력했다. 그 결과 250㎖(밀리리터) 캔 기준 출시 100일 만에 3500만캔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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