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가 그랬듯, BTS가 BTS 밀어낸 비결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8.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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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인베이전 2.0①'BTS 신드롬'과 함께 K-인베이전 본격화…해외 음악산업, K팝 대안 삼아 침체된 업황 극복 모색

편집자주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권 '골목대장'에 불과했던 '한류'의 위상이 달라졌다.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고,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를 연달아 석권하며 헐리우드의 콧대를 꺾었다. 1960년대 비틀즈를 필두로 영국 음악·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빗대 'K-인베이전'이란 평가도 나온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부상과 함께 '킹덤' 등 드라마와 영화가 아프리카·중동에서도 인기를 끌고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신(新)한류 콘텐츠도 시장을 주도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앞두고 글로벌 콘텐츠 산업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류 시장의 현황을 진단해본다.

비틀즈가 그랬듯, BTS가 BTS 밀어낸 비결


"'BTS Inc.(주식회사)'는 한국 GDP 바늘을 돌리는 세계적인 경제세력이 됐다."

1964년 비틀즈의 '쉬 러브즈 유'(She loves you)가 미국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다. 이후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I want to hold your hand)가 1위를 이어 받았다. 영국에서 건너온 풋내기 밴드가 빌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곡으로 1위를 바통터치하는 기록을 썼다.



반 세기가 지난 올해 빌보드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5월 발표한 '버터'(Butter)가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12주째(17일 기준) '톱 10'의 자리를 지키면서다. 1위만 9번 올랐는데, 이 기간 중 또 다른 신곡 '퍼미션 투 댄스'가 1위 바통터치를 했다.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권 '골목대장'에 불과했던 한류가 BTS를 기점으로 글로벌 주류문화로 발돋움했다. K팝과 함께 드라마·뷰티·푸드 등 다양한 장르의 K-시리즈가 '신(新)한류'란 이름으로 소비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디지털 한류'까지 시장을 장악했다. 과거엔 호기심 때문에 한류를 한번 소비해 봤다면 지금은 아예 생활 저변에 깊숙히 자리 잡고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한류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BTS, 해외에서 들썩이는 이유
지난달 BTS의 '퍼미션 투 댄스'가 '버터'를 제치고 빌보드 핫100 1위를 바통터치했다. /사진=빌보드지난달 BTS의 '퍼미션 투 댄스'가 '버터'를 제치고 빌보드 핫100 1위를 바통터치했다. /사진=빌보드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TS를 비롯한 K팝 열풍에 대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공을 들여 분석하기 시작했다. 미국 주요 라디오 방송매체 NPR은 최근 BTS의 문화적 파급력과 경제적 효과를 조망했다. 그간 K팝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단 점에서 의외란 평가다.

수 년째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지속되는 BTS와 K팝의 영향력을 더 이상 기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NPR은 BTS를 '주식회사'(BTS, Inc.)라고 칭하면서 "일자리 등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지구촌 경제의 커다란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통계를 인용, BTS가 한국에 가져다주는 돈이 미국 명목 GDP의 0.5%에 달하는 연간 50억 달러(약 5조7000억원)라고 강조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1~2년 전만해도 미국 등 해외 미디어가 K팝을 다루는 방식이 다소 뻔한 감이 있었지만 최근들어 굉장히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며 "기존 음악산업이 디지털과 팬데믹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BTS와 K팝을 활로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K팝 성공방정식 통했다
지난해 온택트 방식으로 진행한 케이콘택트(KCON:TACT) 시즌2. /사진=CJ ENM지난해 온택트 방식으로 진행한 케이콘택트(KCON:TACT) 시즌2. /사진=CJ ENM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후한 K팝의 성공 배경엔 디지털 시프트와 장르 확장성이 있단 평가다. 오프라인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체질에 온라인 요소를 더하면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BTS가 공식 데뷔 전부터 트위터 등을 활용해 팬과 소통했다며 유튜브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SNS에 공유하기 알맞은 안무·후크송 등을 BTS가 성공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짚었다.

실제 국내 음악산업은 온·오프라인 융합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CJ ENM은 2012년 미국에서 처음 한류 페스티벌 케이콘(KCON)을 론칭한 이후 지난해 코로나19(COVID-19)로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지자 비대면 '케이콘택트(KCON:TACT)'로 전환, 유·무료 관객 1745만명을 끌어들였다. CJ ENM은 헐리우드 베테랑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와 함께 K팝 소재 영화를 제작하며 소비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박정민 CJ ENM 음악컨벤션사업팀 팀장은 "K팝 플랫폼이 앞으로 메타버스 개념과도 결합해 시공을 초월해 한류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온·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융복합적 경험을 통해 K팝 산업의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넥스트 BTS? K팝 생존하려면
비틀즈가 그랬듯, BTS가 BTS 밀어낸 비결
K팝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포스트 BTS'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글로벌 한류 트렌드 2021'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한국 가수 순위는 2018년부터 BTS가 독식하고 있다. 블랙핑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엔터업계에선 K팝 생존이 단순히 새로운 아이돌의 출현과 맞물리지는 않는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혜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음악패션산업팀 팀장은 "중요한 것은 기존에 보여준 것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라며 "판에 박힌 음악으론 K팝 인기는 시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대중음악 장르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우진 평론가는 "K팝은 이미 전 세계적인 장르가 됐고, BTS가 반드시 한국에서 나와야 할 필요는 없다"며 "하이브나 SM, CJ ENM 등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고 K팝 육성 시스템을 해외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브랜드로 만든 뮤지션을 통해 산업규모를 키우고 음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인식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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