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결국 '합당 철수'…5개월 전 오세훈 "못 지킬 약속"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21.08.1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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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맞이해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2021.4.8/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맞이해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2021.4.8/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본인의 제안 5개월 만에 국민의힘과 합당 무산을 선언하자 일찌감치 이를 '못 지킬 약속'으로 규정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이 주목받는다. 이미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합당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상당했다.

안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합당 최종 결렬을 발표했다.



3월16일…안철수 "합당 추진" vs 오세훈 "솔직히 약속 못 지킬 합당"
합당 추진은 5개월 전인 3월16일 안 대표가 전격적으로 던진 카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안 대표가 자신이 단일후보가 되면 야권이 분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루 앞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승부수를 걸었다.

안 대표는 당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이 돼 국민의당 당원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장이 안 되거나 단일후보로 선출이 안 되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단일후보가 안 되더라도 대통합을 위해 국민의힘과 합당까지 열어둔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단일화 경선을 벌이던 오세훈 후보는 합당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입당'을 요구했다. 3월16일 진행된 TV토론회에서 오 후보는 "솔직히 말해서 약속 못 지킬 합당하느니 입당하시면 좋을 것 같다"며 "오늘이라도 입당하면 여론조사 문항을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통합을 쉽게 말하지만 양당 간 통합할 때 산 넘고 물 건너 지금보다 힘든 일이 많다"며 "어차피 하실 합당이라면 입당하고 뭐가 다른가. 지금이라도 입당을 결심해주시면 제가 화답하는 의미에서 안 후보가 원하는 여론조사 방식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 선언을 하고 있다. 2021.8.16/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 선언을 하고 있다. 2021.8.16/뉴스1
평행선 달린 협상, 결국 '무산'…안철수, 말 바꾸기 논란에 "제 약속은 정권교체"
결과적으로 오 후보의 말대로 합당은 '못 지킬 약속'이 된 셈이다. 안 대표는 오세훈 후보에게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고 서울시장 선거는 오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국민의힘의 보궐선거 압승으로 합당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보궐선거 다음 날인 4월8일 안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합당 문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먼저"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이 그런 부분(전당대회 시기 결정 등)에 대해서 조율하고 의견 모으고 결정하는 그 과정 동안 저희도 나름대로 그런 과정들을 거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 4개월 동안 이렇다 할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양당은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안 대표는 실용적 중도정당의 길을 계속 가겠다며 독자 노선 고수를 천명했다. 안 대표는 이날 "저는 정권교체를 바라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그런 합리적인 중도층을 대변하고자 한다"며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합당 약속을 스스로 깨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제 약속은 정권교체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합당을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야권의 지지층을 넓히는 통합을 주장했으나 그렇게 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합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안 대표는 "오히려 그렇게(합당하게) 되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낮아져서 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성일종 국민의힘 단장과 권은희 국민의당 단장이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합당 관련 양당 실무협상단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7.13/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성일종 국민의힘 단장과 권은희 국민의당 단장이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합당 관련 양당 실무협상단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7.13/뉴스1
국민의힘 "손바닥 뒤집듯 약속 뒤집어"…성일종 "지분요구 다 수용했는데"
국민의힘은 즉각 비판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안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논평을 내고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국민의당과 합당은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 안철수 대표가 먼저 제안한 내용이었다"며 "협상 과정에서 과도한 지분 요구, 심지어 당명 변경과 같은 무리한 요구들이 나왔으나 모두 양보하고 양해하는 자세로 임해 왔다. 그러나 하나의 요구를 수용할 때마다 더 큰 요구들이 추가돼왔던 것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협상 실무를 맡았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협상 중에 양당 간의 의견 차이는 국민의힘 당명 변경 요구와 차별금지법밖에는 없었다"며 "국민의당에서 요구했었던 지분요구 등 모든 것은 다 수용이 된 상태에서 이 작은 차이로 인해 합당을 마무리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성 의원은 "안철수 대표께서 결정하신 일에 뭐라 할 수 있겠느냐"며 "정치는 본인이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결정사항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께서 냉정하게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협상 결렬의 원인과 책임이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양 대변인은 "어느 쪽이 통합에 더 절실했는지, 어느 쪽이 한 줌의 기득권을 더 고수했는지는 협상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께서 아실 것"이라며 "합당을 제안했던 서울시장 선거 때의 정치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여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6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1.6.16/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6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1.6.16/뉴스1
"정치는 생물"…야권 통합 논의 계속될듯, 11월 이후 '주목'
국민의힘 관계자는 "협상 결렬은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야권 통합 논의는 계속될 수밖에 없어서 앞으로 상황은 또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양 대변인은 "다만 정권교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앞으로의 행보에는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성 의원 역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며 "안철수 대표께서 향후라도 또 다른 정치적 선택의 길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마다하지 않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11월에 결정되는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 단일화 경선을 벌이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낮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야권 최종 단일화 경선도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안 대표가 현재 이준석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 지도부가 아닌 11월 선출될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합당 협상을 벌여 명분과 실리를 최대한 얻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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