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연휴 기간 동안 이 부회장이 부친 고 이건희 회장 묘소가 있는 수원 선영을 찾았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와 관련, 삼성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당시 출소 직후 삼성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이 회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 삼성 서초사옥에서 사장단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회동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개월 동안 경영 현장을 지킨 사장단을 격려하고 자신의 소회를 밝히는 한편, 긴급한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사진=뉴스1
이 부회장이 마주한 최우선 과제로는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회복이 꼽힌다. 이 부회장 부재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는 메모리 후발업체의 기술 추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두업체와의 격차 확대 등 위기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첫 번째 현장 방문 장소가 P3를 신축 중인 평택캠퍼스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시스템반도체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2030 비전'도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전 2030'의 투자 규모를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렸지만, 새로운 전략 제시 없이 몸집을 키우는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한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와 재계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백신 조기 확보 성과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정부 협상단과 화이자 고위 경영진 사이에 다리를 놨다. 이 부회장 중재로 회의가 열리면서 백신 확보 논의가 급진전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 출장(UAE)을 준비하면서도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를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출장은 같은 달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무산됐다. 재계 한 인사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 회사 현안보다 백신 수급 관련 조력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