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휴식 이재용 '샌드위치' 반도체 돌파구 내놓나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1.08.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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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광복절 연휴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정부와 국민 기대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이나 백신 관련 사업 현장을 방문해 현장경영을 전개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광복절 연휴' 휴식 취하며 현안 보고받아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주말과 광복절 대체휴일인 이날까지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택에 머무르며 일부 경영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 기간 동안 이 부회장이 부친 고 이건희 회장 묘소가 있는 수원 선영을 찾았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와 관련, 삼성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당시 출소 직후 삼성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이 회장을 찾았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사장과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 사장, 고동진 IM(모바일) 부문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은 주말에도 회사로 출근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할 경영 현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 삼성 서초사옥에서 사장단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회동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개월 동안 경영 현장을 지킨 사장단을 격려하고 자신의 소회를 밝히는 한편, 긴급한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사진=뉴스1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사진=뉴스1
금주부터 본격 '현장 경영' 시동걸듯…'반도체·백신 챙기기' 속도 예고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번 주부터 경영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정부와 국민의 기대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반도체, 백신 관련 사업 현장에 우선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마주한 최우선 과제로는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회복이 꼽힌다. 이 부회장 부재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는 메모리 후발업체의 기술 추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두업체와의 격차 확대 등 위기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첫 번째 현장 방문 장소가 P3를 신축 중인 평택캠퍼스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시스템반도체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2030 비전'도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전 2030'의 투자 규모를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렸지만, 새로운 전략 제시 없이 몸집을 키우는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한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현장을 우선 방문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의 이유로 반도체와 함께 백신을 언급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모더나와 협상에 나서 위탁 생산하는 백신 물량을 국내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정부와 재계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백신 조기 확보 성과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정부 협상단과 화이자 고위 경영진 사이에 다리를 놨다. 이 부회장 중재로 회의가 열리면서 백신 확보 논의가 급진전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 출장(UAE)을 준비하면서도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를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출장은 같은 달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무산됐다. 재계 한 인사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 회사 현안보다 백신 수급 관련 조력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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