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한가족이던 네이버-NHN, 이젠 클라우드서 맞대결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1.08.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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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한 가족에서 출발한 네이버(NAVER)와 NHN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이미 국내 클라우드 시장 대표주자로 떠오른 네이버 뒤를 NHN이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16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네이버와 NHN이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과 달리 공공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공세에서 자유롭다.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아야 진출이 가능한 구조여서다. 현재 KT와 네이버가 공공 시장의 양대 산맥을 형성한 가운데, NHN과 카카오 등 후발주자가 기회를 엿보는 구도다.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역시 공공 클라우드 시장 판을 키운다. 올해 관련 예산규모도 대폭 늘렸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올해 예산 중 공공 정보시스템의 민간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 3485억원이 편성됐다. 지난해 1888억원에 비해 약 84.6% 증가한 수준이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네이버의 강점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 수행 역량·기술력'
네이버와 NHN은 2013년 두 개의 회사로 나뉘었다. 게임사업 부문이 인적분할 방식으로 NHN엔터로 떨어져 나왔다. 클라우드 사업 시작은 NHN이 조금 빨랐다. NHN는 분할 후 1년 뒤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2년 뒤인 2017년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작은 NHN보다 늦었지만 네이버의 사업규모가 훨씬 크다. 양사 클라우드 관련 사업 매출을 비교해보면 네이버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올해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8.1% 늘어난 949억원이다. NHN의 경우 같은 기간 6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1.3% 성장했다. 양 사가 발표한 클라우드 매출에는 협업툴과 보안 등 IT서비스 사업도 일부 포함돼있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성장 비결은 대규모 사업수주다. 보안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공공기관을 겨냥해 전용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안정적인 운영 관리로 신뢰를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원격교육 플랫폼 임차사업(475억6800만원)을 수주한데 이어 올해 2월 467억원 규모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AI용 고성능 컴퓨팅 자원 임차사업을 따냈다. 네이버는 초중고교 온라인 교육 서비스와 정부 주도 인공지능(AI)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인 닥터앤서에도 플랫폼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자체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중소기업의 보안인증 취득을 돕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올해 상반기 이노뎁과 와탭랩스, 구루미, 두드림시스템, 아이모션, 유씨웨어 등이 인증을 받았다. 모두 네이버 클라우드의 인프라형 클라우드 서비스(IaaS)를 이용하는 기업이다.


NHN 사옥 '플레이뮤지엄' 전경 /사진=NHNNHN 사옥 '플레이뮤지엄' 전경 /사진=NHN
NHN의 틈새전략 '지자체 클라우드 전환·업종 특화 서비스'
NHN도 공공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클라우드 공략에 열을 올린다. 타깃은 지역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 수요다. NHN은 전라남도 순천시에 공공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오는 2025년까지 전라남도 소재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을 이전하는 사업에도 참여한다. 광주에서는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AI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2023년까지 AI 연구개발센터도 세운다. NHN은 경남 스마트공장 클라우드 보급사업과 김해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 등에도 참여 중이다.

NHN의 또 다른 전략은 게임(한게임)과 협업툴(Dooray!) 등 업종 별 특화 서비스 공략이다. NHN 자회사 NHN두레이(Dooray!)는 최근 한글과컴퓨터그룹과 공공 클라우드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현재 여러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기반 업무 협업툴 두레이(Dooray!)를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서비스(SaaS) 도입확대를 위한 레퍼런스로 삼을 계획이다. 게임 개발용 특화 클라우드 플랫폼 '게임 베이스'도 NHN의 틈새전략 중 하나다. 게임베이스는 로그인과 인증, 결제, 게임운영 툴 등 게임 서비스 준비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지원한다. 고객사도 지난해 대비 올해 150% 증가했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온라인 개학 등 국가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한 이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서 강점을 보이며 국내 시장을 선점했다"며 "후발주자 NHN은 지역 지자체의 클라우드 전환 수요와 업종 별 특화 솔루션에 집중하는 틈새전략을 펴는 한편, 최근 주요 IT기업의 클라우드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하면서 시장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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