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훈남
선원들로 이뤄진 HMM 해원노조는 지난 11일 사측과 4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이다.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 생수비 지원 등을 요구했다. 그동안 회사가 채권단관리를 밟는 등 위기에 빠지자 최대 8년 간의 임금동결을 함께 인내했지만 실적이 개선된 이제는 급여를 정상화해달라는 입장이다.
HMM의 전체 직원 수는 약 1500명으로 1분기 기준 인당 약 6억4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셈이다. 올해 5조원의 실적이 현실화되면 인당 3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게 된다. 업계 불문 국내 최고 수준의 인당 영업이익률이다.
그러나 HMM 직원들은 해운업 호황에도 실적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HMM 육상직원은 8년, 선원직원은 6년 간의 임금 동결을 겪었지만 지난해 임금 인상률은 2.8%에 그쳤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임에도 HMM의 평균 연봉은 약 6900만원으로 현대글로비스나 팬오션 등 다른 해운사보다 2000만원 가량 낮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에 신규·경력 채용이 어렵기는 물론, 있던 인력마저 이탈하는 인력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해운사 MSC는 지난달 초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채용 공고를 냈다. 국내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HMM 한 곳으로, 노사간 임금 갈등을 겪는 HMM을 노골적으로 노린 셈이다. MSC는 HMM 연봉의 약 2.5배를 제시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측은 내심 합당한 임금 인상을 해주고 싶은 상황이다. HMM 한 관계자는 "임금이 낮아 경력들도 안 오는 마당에 해외로 인력유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노조 요구안이 실적 대비 무리한 요구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 비중이 전체의 2%로 낮은데다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도 1200억원 수준이라 실적 대비 큰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산은이 이를 극구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좋더라도 HMM이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기에 크게 인상할 수 없다는 논리다. 산은이 관리하는 다른 기업들도 덩달아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 있어 소극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성과급 잔치'라며 산은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도 우려 대상이다. 앞서 산은은 HMM의 주가가 지난해 초 대비 10배 가량 뛰자 지난 6월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2조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올린 바 있다.
급기야 HMM 노조는 최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압박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아 "파업을 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임단협마저 결렬되면서 추가 조치 없이는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파업시 물류대란은 불가피하다. 해운업계는 한국 수출 물동량의 99%를 책임지지만 이미 수출 선박이 부족하다. 해운노조가 파업의 일환으로 선박 운영을 거부하면 물류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내 해운사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당시 거래처이던 월마트 쪽에서 '믿을 수 없다'며 한국 해운사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파업시)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