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에 공든탑 '휘청'…ESG 발목 잡은 '노동자 문제'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김영상 기자 2021.08.1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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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장사 ESG 리스크 대해부]

막말에 공든탑 '휘청'…ESG 발목 잡은 '노동자 문제'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0대 기업들의 7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를 산출한 결과 노동자 문제가 리스크로 떠올랐다. 최상위권은 대체로 순위를 유지했지만 LG생활건강이 기존 2위에서 15위로 크게 밀렸다. 최연소 임원의 막말 논란이 불거지면서 순위가 떨어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부각됐다. 대법원이 지난달 현대위아에 대해 비정규직인 파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영향이다. 현대위아 외에도 다수의 대기업들이 협력 업체 직원들과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라 여파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 전문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에 따르면 7월 ESG 통합점수 1위(시총 200위 기준)는 유한양행 (71,500원 ▼800 -1.11%)(70.25)으로 지난 6월과 같았다. 대부분의 ESG 평가사들은 1년에 한두번 평가에 그치지만 머니투데이와 지속가능발전소는 월별 집계로 기업들의 ESG 개선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기업들이 실제 공시한 ESG 내역을 평가한 PA(Performance Analysis, 이하 성과점수)와 최근 1년간 뉴스를 통해 분석한 IA(Incident Analysis, 이하 리스크 점수)를 계산해 통합점수를 산출한다. 집계 기간 동안 악재가 사라진다면 순위가 상승하고,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면 순위가 하락하게 된다.



노동자 문제 ESG 리스크로 부각
2위는 현대글로비스 (180,000원 ▲2,000 +1.12%)(65.41)가 차지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월보다 3계단 상승했다. 기존 2위였던 LG생활건강 (375,500원 ▼15,000 -3.84%)이 15위로 급락한 영향이 컸다. LG생활건강의 데일리뷰티 사업을 총괄했던 A상무는 직원들에게 인신 공격성 막말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기 발령됐다. A 상무는 2019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LG생활건강은 물론 LG그룹 내에서 최연소 30대 임원 기록을 세운 바 있다.

3위~ 10위는 △삼성에스디에스 (150,200원 ▼1,300 -0.86%)만도 (32,650원 ▼150 -0.46%)LG이노텍 (212,500원 ▲3,500 +1.67%)한미약품 (310,000원 ▼5,000 -1.59%)LS ELECTRIC (152,300원 ▼4,300 -2.75%)삼성전기 (144,500원 ▼3,500 -2.36%)DB하이텍 (40,050원 ▼800 -1.96%)한화에어로스페이스 (241,000원 ▼500 -0.21%) 순으로 지난 6월과 대체로 비슷했다.

지난 6월 16위였던 현대위아 (58,100원 ▲600 +1.04%)는 23위로 낮아졌다. 비정규직 직고용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지난달 8일 현대위아가 운영 중인 공장에서 사내하청 형태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현대위아 측이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이 시작된 지 7년만이다.


이번 판결은 제조업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위아 외에도 현대차·기아와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물론 POSCO (392,500원 ▼3,500 -0.88%)(포스코)와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6,610원 ▲120 +1.85%) 등도 줄줄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이 대기 중이다.

현대제철 (31,450원 ▼150 -0.47%)도 직고용 논란에 기존 156위에서 175위로 밀렸다. 현대제철은 불법 파견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120억원이 이르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과태료 처분에 앞서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 7000명을 직고용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채용 대상 인원 7000여명 중 2000여명이 본사 직고용이 아닌 자회사 채용을 거부하며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항공우주 (52,500원 ▼100 -0.19%)도 하청 근로자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23위에서 40위로 하락했다. 항공기 부품 표면처리업체인 지에이산업이 폐업하면서 노동자들은 원청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에이산업이 불법 파견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 폐업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에이산업은 그동안 한국항공우주 소유 장비로 운영됐고 생산물량의 80%가 한국항공우주에 납품됐다. 한국항공우주는 그러나 설비 대여는 상생 경영 차원으로 공장 가동 책임과는 무관하며, 지에이산업 경영 판단에 관여할 권한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ESG 경영위원회 속속 설립
반면 효성 (58,400원 ▲100 +0.17%)은 6월 81위에서 7월 39위로, 삼성중공업 (9,470원 ▼170 -1.76%)은 73위에서 46위로, 아모레G (30,000원 ▼600 -1.96%)(아모레퍼시픽그룹)는 74위에서 64위로, 한전KPS (34,350원 ▲50 +0.15%)는 114위에서 93위로 상승했다. 매달 200위를 기록했던 롯데지주 (27,050원 ▲550 +2.08%)도 190위로 소폭 상승했다.

효성은 지난 4월말 이사회 내에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지속가능 경영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 지배구조 개선을 담당해 온 투명경영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ESG 경영위원회에서는 환경과 안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투자와 기업 경영 활동 계획도 심의한다. 효성은 또 지난 6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효성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효성이 여성 의장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기업집단 중에서도 첫 사례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ESG 위원회는 △탄소중립 조선소 운영 △안전·인권 경영 △상생 경영 등을 실천전략으로 세우고 외부 공급망서부터 고객에 이르기까지 효과적인 경영 체계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공병 수거 등 친환경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2003년부터 공병 회수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이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벤치를 제작하기도 했다.

롯데지주도 지난 6월 경영혁신실 산하에 ESG팀을 신설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021 하반기 롯데 VCM(밸류 크리에이션 미팅)'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2040년 탄소중립 달성 △상장계열사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구성 추진 △CEO(최고경영자) 평가 시 ESG 관리 성과 반영 등이 중심 내용이다.

현재 ESG 관련 조직 신설 자체는 지속가능발전소가 평가하는 ESG 점수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오는 9월부터 성과점수 평가 항목에 ESG 조직 설치 여부를 추가해 반영할 예정이다. 홍정민 지속가능발전소 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ESG 전담 조직을 형성할 만큼 기업 경영활동의 사회적 영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반면 KT와 삼성증권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부실이 지적되면서 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KT는 6월 65위에서 106위로, 삼성증권은 69위에서 109위로 하락했다. 롯데케미칼은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사장의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서 기존 108위에서 139위로 미끄러졌다.

이 외에 최하위권 순위 변동은 크지 않았다. GS는 ESG 통합점수가 197위, LG는 198위, 에이치엘비는 199위로 전달과 같았다. 롯데지주가 상승하면서 200위는 아프리카TV (119,000원 0.00%)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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