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 의지 담은 100년 전 태극기, '보물'로 지정된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8.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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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김구 서명문 태극기 등 3건 보물 지정 예고

데니 태극기(앞면). /사진=문화재청데니 태극기(앞면). /사진=문화재청


광복절을 사흘 앞두고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쓰였던 항일독립유산들이 대거 문화재로 등록된다. 역사적·학술적으로 가치를 가진 태극기 3건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12일 열린 '제4차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 심의에 따라 △데니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 △서울 진관사 태극기 등 태극기 유물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한다고 예고했다.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등록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독립운동사료를 포함한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단 사회적 요구에 따라 2019년부터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국가등록문화재들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말모이 원고' 등 한글 관련 문화재 2건을 보물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 태극기 3건을 추가 지정하는 결실을 맺게 됐단 설명이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태극기들은 19~20세기 초에 제작된 유물이다. 일제강점기 속 독립에 대한 열망과 민족 정체성을 나타낸 문화재다.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국기가 제작되고 변천되는 과정을 담은 근현대 역사를 상징한다는 가치를 인정 받았다.



이 중 '데니 태극기'는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가 소장했던 문화재다. 1891년 본국 귀환 시 가지고 간 것을 1981년 그의 후손이 우리나라에 기증해 다시 돌아오게 됐다. 우리나라 옛 태극기 중 가장 크기가 클 뿐 아니라 국기 제정의 초기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뜻깊은 사료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의 김구 주석이 독립의지를 담은 글귀를 적어 친분이 있던 벨기에 신부 매우사(梅雨絲·본명 샤를 메우스)에게 준 것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매우사 신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이 태극기를 전달했고, 후손들이 보관하다 1985년 '안창호 유품' 중 하나로 독립기념관에 기증됐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 /사진=문화재청김구 서명문 태극기. /사진=문화재청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 부속건물인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즈음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선 독립의식 고취에 앞장 섰던 진관사 승려 백초월 혹은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승려가 숨긴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 서명문 및 축하문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 △한국광복군 훈련교재 정훈대강 △김좌진 장군 사회장 약력서 등 4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문화재청 측은 "이번 태극기 보물 지정 예고를 계기로 역사, 학술적 중요성이 인정된 국가등록문화재의 가치를 적극 재평가해 국보·보물 지정 대상에 포함시켜 국가지정문화재 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항일독립유산 등 다양한 근현대 문화유산을 꾸준히 발굴해 우리 문화재의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에 등록 예고된 바 있는'서윤복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메달'과 '공군사관학교 제1기 졸업생 첫 출격 서명문 태극기'는 문화재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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