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감에 외국인 탈출 행렬…3200선도 위태롭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8.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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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12.24포인트(0.38%) 내린 3208.38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12.24포인트(0.38%) 내린 3208.38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의 강한 탈출 행렬이 연일 코스피를 짓누른다. 나흘간 4조3000억원이 넘는 순매도가 집중되면서 3200선까지 밀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표 종목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더욱 불안감을 유발한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2.24포인트(0.38%) 내린 3208.38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상승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외국인은 전날 1조6200억원 순매도에 이어 1억8711억원을 팔아치웠다. 5월 중순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최근 나흘간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4조3331억원에 달한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8190억원, 517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달러 강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1160원선을 넘어서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세, 미국 7월 고용지표 호조 이후 테이퍼링 논의 가속화, 글로벌 IB들의 반도체 업종 비중 하향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 추가 연장 가능성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촉발했고 외국인 자금 유출과 연계되면서 원화 약세 폭을 더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서는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1.91%)와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4.74%)가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NAVER (181,500원 ▼1,200 -0.66%), POSCO (394,500원 ▲2,000 +0.51%),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 등도 부진했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기대감에 힘입어 2차전지 관련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LG화학 (373,500원 ▲500 +0.13%)(3.17%), 삼성SDI (408,500원 ▼5,000 -1.21%)(1.87%) 등이 올랐다. 업종별로는 통신업(2.96%), 섬유·의복(1.80%) 등이 강세를 보인 반면 전기·전자(-1.49%), 종이·목재(-1.22% 등이 하락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6거래일째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는 전날보다 1.91% 내린 7만7000원,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는 4.74% 내린 10만500원으로 마감했다. 모두 연중 최저 수준으로 이틀간 두 종목에서 빠진 시가총액만 약 28조원에 달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최근 6거래일간 17% 가까이 하락하면서 장중 10만원선이 무너졌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 73조1642억원은 네이버(72조3580억원)와 단 8000억원 차이다. 오랫동안 지켜오던 시총 2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놓였다.

최근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외 증권사에서 투자의견과 실적 전망을 잇따라 낮춘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날도 외국인은 삼성전자(1조6989억원)와 SK하이닉스(8441억원)에서 총 2조5430억원을 팔았다.

앞서 모간스탠리는 11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9000원,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낮추면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면서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9.4배까지 떨어졌다. 하락세가 더 가파른 SK하이닉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배 수준까지 밀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업황과 실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단기 주가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여진은 감안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 밸류에이션 레벨이 최악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어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고 상승 여력이 점차 확대되는 가격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닥은 2.17p(0.21%) 오른 1054.09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1143억원 순매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9억원, 832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 (236,000원 ▲2,000 +0.85%)(2.25%), 셀트리온제약 (89,900원 ▼800 -0.88%)(3.39%), 엘앤에프 (157,000원 ▲2,800 +1.82%)(5.04%) 등이 많이 올랐고, 카카오게임즈 (21,100원 ▲200 +0.96%)(2.48%), 알테오젠 (173,700원 0.00%)(-2.59%) 등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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