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명 먹통 없는 '백신 10부제'…민관 110여명 숨은 노력 있었다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1.08.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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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신예약 시스템 개선' 총괄한 김은주 NIA 클라우드기술지원단 단장

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클라우드기술지원단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NIA 사무실에 위치한 백신예약 시스템 상황실에서 본인인증 수단 별 실시간 트래픽 유입량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클라우드기술지원단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NIA 사무실에 위치한 백신예약 시스템 상황실에서 본인인증 수단 별 실시간 트래픽 유입량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지난 9일부터 진행 중인 만 18~49세 대상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 접수는 단 한 건의 오류도 발생하지 않았다. 앞선 50대 대상 '백신 예약 대란'으로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던 일은 되풀이 되지 않았다. 이는 관계 기관과 기업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사무실 15층 대회의실에서 만난 김은주 NIA 클라우드기술지원단 단장은 "매일 접속량을 최대 수용 가능한 트래픽의 10% 이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NIA, 민간 IT기업들은 이곳에서 오후 8시 전후 트래픽량을 모니터링하는 임시 관제실을 공동 운영 중인데 김 단장이 전체적인 조율을 담당한다.

앞서 만 50세 이상 백신 사전예약 접수과정에서 잇따라 접속장애와 지연현상이 발생한 만큼, 과기정통부와 NIA는 지난달 23일부터 개선작업에 나섰다. 이달부터 약 1700만명에 달하는 만 18~49세의 백신예약을 앞둔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LG CNS와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베스핀글로벌 등 민간 기업도 작업에 참여했다.



김 단장은 본인인증 과정의 발상 전환을 예약시스템 개선의 '키(key)'로 꼽았다. '본인인증 과부하'가 장애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던 만큼, 서버 바로 앞단에 있던 본인인증을 시스템 밖으로 빼자는 아이디어였다. 기존 시스템은 사람들이 '집안'(예약시스템)에 들어서기 위해 '대문' 앞에 늘어서 본인인증을 기다렸다면, 본인인증을 '집밖'에서 마친 뒤 '대문'으로 들어오면 된다는 발상이었다

김 단장은 "그만큼 시스템 밖에서 본인인증 기관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며 "인증수단을 추가해 데이터는 분산하고, 유연한 클라우드 환경으로 본인인증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긴급 투입됐다"고 말했다. 참여 민간기업도 이통3사와 쌍용정보통신, KCB, 에스티시랩, 나이스정보통신 등 총 18개까지 대폭 늘어났다.

110여명에 달하는 민관 기관 전문가들은 지난 7월 말부터 2주 간 시스템 개선에 매달렸다. 만 18~49세 접수가 시작된 9일 오후 8시 직전까지도 신규 기능개발부터 해킹 대응훈련, 시스템 오픈 상황을 가정한 리허설이 쉴틈없이 이어졌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 등 수많은 인력이 협업에 나섰지만, 김 단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일사분란하게 대응해준 덕분에 필요한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신예약 시스템 먹통사태는 정부에도 과제를 남겼다. 김 단장은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만큼 비상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정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백신예약이나 온라인 개학처럼 긴급한 국가 단위 프로젝트일수록 정부가 신속하게 민간 기업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애자일(agile, 민첩한) 대응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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