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더 받으려 '특허권 갑질'...공정위, 돌비에 과징금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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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홈페이지/사진=돌비 홈페이지 캡쳐돌비 홈페이지/사진=돌비 홈페이지 캡쳐


미국 음향기기 업체 '돌비'가 표준필수특허(SEP)를 무기로 한국 셋톱박스 제조업체에 갑질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돌비의 미국 본사인 돌비래버러토리즈인크 등 4개사(이하 돌비)에 과징금 총 2억7000만원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돌비는 디지털 오디오 코딩 기술 표준인 'AC-3' 등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있는 SEP 보유 회사다. 돌비는 자사 기술이 구현되는 칩셋(chip set) 제조사, 해당 칩셋을 탑재한 셋톱박스 등 최종제품 제조사와 각각 라이선스 계약을 하는데 이 가운데 최종제품 제조사에만 실시료(로열티)를 부과한다.



돌비는 2017년 9월 한국 셋톱박스 제조사인 가온미디어가 로열티를 제대로 지급하는지 감사에 착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지급 로열티 산정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그러자 돌비는 가온미디어의 SEP 사용을 막았고, 결국 가온미디어는 돌비의 요구대로 미지급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후에야 SEP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위법 행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돌비는 가온미디어가 미국 유선방송사업자 티모바일과 개발 중이던 셋톱박스와 관련해 로열티 감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SEP 사용 승인을 중단했다. 가온미디어는 2018년 4월 돌비에 유통 플랫폼 'BP3'를 통해 SEP 사용을 신청해 6월 20일까지는 승인을 받았지만 같은 달 29일 신청 수량부터는 승인을 거절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이메일에 따르면 돌비는 가온미디어에 "(로열티)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추가적인 승인은 없을 것"이라고 전달했다.

가온미디어가 2018년 국내 유료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에 셋톱박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돌비는 2018년 7월 2일까지는 SEP 사용을 승인했지만 8월 13일 신청 수량부터는 감사 이슈를 이유로 승인을 중단했다.


가온미디어는 결국 2018년 9월 20일 돌비의 요구안대로 감사 결과에 합의하고 미지급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제서야 돌비는 가온미디어에 SEP 사용을 승인해줬다.

공정위는 가온미디어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이미 보장받은 SEP 사용권을 돌비가 부당하게 제약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돌비의 행위는 이 회사가 국제표준화기구인 ATSC(북미), ETSI(유럽)와 약속한 '프랜드(FRAND) 확약'에도 위반된다고 봤다. 프랜드 확약은 SEP 보유자가 특허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돌비의 감사 부서 담당자는 자사가 원하는대로 감사 합의가 이뤄진 직후 BP3 승인 담당자에게 'SEP 승인을 중단한 사실이 협상에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온미디어는 공정한 협상 기회 없이 돌비의 요구대로 감사 결과에 합의하고 미지급 실시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며 "셋톱박스 판매 수량 감소, 납품 일정 지연, 사업상 신뢰 상실 등 손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돌비 측은 "공정위의 역할은 존중하지만 이번 판단 결과에 대해서는 뒷받침하는 사실이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한 후 적절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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