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라벨 떼고, 홈런볼 포장 바꾸고…착한 소비가 환경을 살린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안재용 기자 2021.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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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쓰레기서 미래 찾는 기업들 (下)

편집자주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플라스틱이 변신중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 파괴를 막는 친환경 제품화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도 동력이 되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

생수병 라벨을 제거했더니...'돈쭐'이 나기 시작했다
(서울=뉴스1) = 제주삼다수가 31일 친환경 무라벨 제품 ‘그린에디션(Green Edition)’을 출시했다.   제주삼다수 그린에디션은 무라벨·무색캡·무색병의 완전한 3무(無) 형태를 완성해 음용 후 그대로 자연으로 순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최근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재활용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사진은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공개된 제주삼다수 그린에디션. (제주삼다수 제공) 2021.5.31/뉴스1  (서울=뉴스1) = 제주삼다수가 31일 친환경 무라벨 제품 ‘그린에디션(Green Edition)’을 출시했다. 제주삼다수 그린에디션은 무라벨·무색캡·무색병의 완전한 3무(無) 형태를 완성해 음용 후 그대로 자연으로 순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최근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재활용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사진은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공개된 제주삼다수 그린에디션. (제주삼다수 제공) 2021.5.31/뉴스1


"같은 가격이라면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겠다."

지난해 한 대기업 계열사가 조사한 설문에서 소비자의 93.4%가 이같이 답했다. '불매'와 '돈쭐' 현상으로 대표되는 최근 소비자의 적극적인 소비행태는 친환경 제품 판매 기업에게도 적용된다는 의미다.



11일 유통산업분야에 따르면 이런 결과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식음료업계다. 먹고 마시는 음식 포장에 많은 쓰레기를 양산했던만큼 재활용률을 높이는 제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라벨 뗀 생수, 소비자가 호응했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생수시장이다.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를 비롯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농심의 '백산수', 코카콜라의 '강원평창수' 등 시장 선두권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줄줄이 라벨프리 제품을 내놨다. 음용이 끝나면 바로 분리배출이 가능한 제품들이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제품 정보는 묶음용 포장에만 표기했다.

회수한 페트병은 재활용이나 새활용으로 재순환시킨다. 일례로 제주삼다수는 가정용 배송서비스 '삼다수앱'을 통해 전국에서 수거한 투명페트병을 SK케미칼과 함께 리사이클 제품으로 생산한다.

이런 분위기는 음료시장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탄산음료 중 처음으로 라벨을 제거한 '씨그램'을 출시한 코카콜라는 최근 이온음료 '토레타' 등의 라벨프리 제품을 선보였고, 보리음료 등에서도 무라벨 제품이 속속 출시됐다.


무라벨 제품 판매 증가는 지난해 12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조치 영향이지만 소비자의 호응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호응도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CU의 무라벨 PB생수 'HEYROO'다. 지난 2월 출시 후 한달간 이전제품 대비 78.2% 판매가 늘었다. 같은 기간 생수 전체 매출이 20.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9일 서울 용산구 해태제과 본사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해태제과 판매 제품에 포함한 플라시틱 트레이 제거를 촉구하는 '홈런 치기 전에 트레이부터 치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홈런볼) 제품 포장에 포함된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거나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라고 촉구했다. 2021.4.29/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9일 서울 용산구 해태제과 본사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해태제과 판매 제품에 포함한 플라시틱 트레이 제거를 촉구하는 '홈런 치기 전에 트레이부터 치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홈런볼) 제품 포장에 포함된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거나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라고 촉구했다. 2021.4.29/뉴스1
◆전방위로 확대되는 포장혁명

제과업계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요구로 플라스틱 포장재가 친환경 소재로 바뀌는 사례다. 환경단체가 홈런볼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환경에 위해된다고 문제제기한 것이 이런 분위기에 불을 당겼다. 플라스틱 트레이를 쓰지 않으면 과자가 부스러지는 등 품질 이상을 호소했던 해태제과는 이런 여론에 결국 친환경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크라운해태는 신축하는 충남 아산 과자공장에 토지비를 제외하고 450억원을 투입한다. 홈런볼, 에이스, 후렌치파이 등을 생산을 주력으로 하게 되는데, 태양광 발전설비와 저녹스 보일러를 사용하는 저탄소 설비 뿐 아니라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의 용기를 친환경 소재로 바꿀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다른 회사들도 친환경 포장에 소매를 걷어부쳤다. 롯데제과는 제품 용기나 받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2025년까지 25% 저감하고, 모든 영업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변경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포장재는 '카카오 판지'다. 한솔제지와 손잡고 카카오 열매 성분을 활용해 플라스틱 트레이를 대체할 친환경 종이포장재 '카카오 판지'를 개발했다. 롯데제과는 카스타드를 시작으로 칸쵸, 씨리얼 등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연내 순차적으로 없앤다는 계획이다.

종이 용기를 기술 개발은 화장품업계로도 확장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화장품 포장용 튜브를 대신하는 종이용기를 개발해 탈 플라스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착한 소비'를 겨냥한 친환경 포장 바람은 코로나19(COVID-19) 유행 지속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계기로 지속될 전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소비자의 능동적인 구매행태가 맞물리면서 친환경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경영이 아닌 구체적 성과가 드러나도록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압수로 쏴도 안떨어지는 '절취선 라벨'…"어설픈 변화는 오히려 독"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생산자·소비자들이 손쉽게 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활용 어려움' 표시 부착에 반발했던 화장품 업계처럼 제도를 일괄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 만큼 상황에 맞게 규정을 만들고 운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화장품 용기, '재활용 어려움' 부착 논란…상처만 남았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제35회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코스모뷰티서울)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1.7.2/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제35회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코스모뷰티서울)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1.7.2/뉴스1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에 따라 지난 3월25일부터 화장품 용기에도 재활용 등급이 표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재활용 어려움' 마크가 붙고 있다.

당초 화장품 업계에서는 용기 10%를 직접 역회수하는 조건으로 등급 표시 예외를 요청했고 환경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화장품 업계의 호소에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폐기된 용기를 직접 회수해 재활용하겠다는 제안도 합리적인 것으로 보였다.

모두에게 이득처럼 보였던 이 조치는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 국회가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다. "화장품에 특혜를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폐용기를 직접 회수하겠다는 제안도 포장재 재활용 등급 표시와 무관하게 업계가 갖춰야 할 의무라는 논리였다.

결국 등급표시 예외 조치가 무산되며 실질적인 화장품 용기 재활용은 어려워졌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들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자체적으로 공병을 회수하거나 빈 공병에 화장품만 따로 판매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당초 합의에 따라 제도화하는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절취선 들어간 라벨, 물을 고압으로 쏴도 쉽게 분리 안돼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계도기간이 종료된 2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투명 페트병이 분리돼 있다.  지난 26일 계도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아파트 단지 등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 된다. 2021.6.27/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계도기간이 종료된 2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투명 페트병이 분리돼 있다. 지난 26일 계도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아파트 단지 등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 된다. 2021.6.27/뉴스1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절취선으로 쉽게 뜯을 수 있는 페트(PET)병 라벨 역시 오히려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접착식 라벨은 비중이 1보다 작아 물에 뜨기 때문에 재활용 공정상 쉽게 분리가 가능했는데, 절취선이 들어간 비접착식 라벨은 물을 고압으로 분사하는 방법으로도 쉽게 분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소비자가 라벨을 분리해 배출한다면 재활용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100% 분리배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환경부는 비중 1이 넘는 압착식 라벨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역차별이 될 수 있고, 페트병에서 라벨을 제거하는 추가공정을 도입하면 95%까지 제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절취선 라벨이) 비중이 1 이하인 라벨보다 재활용 등급이 높게 나오지 않게 제도를 짜서 절취선이 있으면 보통 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라벨 특성상 비중이 1 이하면 접착제를 쓸 수밖에 없는데 현재 일부 업체에서는 접착제를 쓰지 않는 비중 1 이하 라벨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일회용 컵 사용하면 '보증금'…재활용 쉬운 포장재 개발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내년 6월부터 커피점, 제과점, 패스트푸드 업종 등에도 1회용 컵 사용시 보증금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컵을 매장에 돌려주면 이를 돌려받는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의무화된다. 앞서 컵보증금 제도는 2003년에 도입했다가 5년 뒤 폐지된 바 있다. 지난 15일 환경부는 16일부터 1회용 컵 보증제도 등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시내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가 준비돼 있다. 2021.2.16/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내년 6월부터 커피점, 제과점, 패스트푸드 업종 등에도 1회용 컵 사용시 보증금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컵을 매장에 돌려주면 이를 돌려받는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의무화된다. 앞서 컵보증금 제도는 2003년에 도입했다가 5년 뒤 폐지된 바 있다. 지난 15일 환경부는 16일부터 1회용 컵 보증제도 등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시내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가 준비돼 있다. 2021.2.16/뉴스1
재활용을 촉진시키는 제도도 하나 둘 도입되고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커피를 사먹을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해당 컵을 매장에 돌려주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식사할 때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플라스틱 막대를 사용할 수 없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 폐기물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일회용 컵이 무분별하게 버려지지 않고 카페와 제과점 등 음식점을 통해 회수되도록 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가는 경우 분리배출하기가 어려워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를 만들도록 하는 규정도 담겼다. 업체가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로 포장재를 만들고 싶어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화려한 포장재 사용이 불가피했는데 법에 따라 모두에게 강제되면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정부는 포장재 두께와 색상 등 구체적 기준을 고시로 정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금지된 비닐봉투 사용이 내년부턴 편의점 등 소매업소에서도 금지되고, 형광등 대신 사용이 늘고 있는 발광다이오드조명 재활용은 2023년부터 의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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