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안 하면 미래 없다"...2030, 영혼까지 털어 '빚투'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2021.08.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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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금리가 오른다, 파티가 끝난다②

편집자주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함께 시작된 '초저금리'의 시대가 저문다. 전 세계적인 '유동성 파티'는 종언을 고할 것인가. 금리인상이 대출이자와 집값, 주가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제공=뉴스1제공=뉴스1


"빚투(빚내서 투자)로 매달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200만원이 넘습니다. 당연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월급만 저축해서는 현상유지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투자를 해야 나중에 집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A씨는 최근 은행에서 4억원을 대출받아 매매가 6억원의 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 79제곱미터(24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원리금이 버겁긴 하지만 아파트를 산 걸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A씨는 "그나마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어 대출이 가능했던 것이 행운"이라며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2030세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에 뛰어든 건 월급만 모아선 영원히 중산층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666조원으로 전분기말(1631조5000억원) 대비 34조5000억원(2.1%) 늘었다. 전분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2.6% △4분기 2.9%에 이어 3분기 연속 2%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2030세대의 빚투는 부동산 뿐 아니라 주식과 가상자산(암호화폐)에 집중된다. 문제는 거액의 빚을 내 투자를 했는데도 본전조차 찾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30대 B씨는 "밈주식(입소문을 탄 주식) 중심으로 1년간 투자를 했는데 보유한 주식차트를 보면 부아가 치민다"고 했다. '벼락부자'를 꿈꾸며 지난해 신용대출 1억원을 끌어썼지만 수익률이 -20%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B씨는 "원금 손실이 계속되고 있는데 향후 대출금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C씨는 지난해 세입자 전세금 1억8000만원을 끼고 대전 동구에 2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마련했다. 지난해 초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 5000만원, 저축예금 2000만원, 신용대출 3000만원까지 끌어모았다.


그는 내친 김에 신용대출 1000만원을 추가로 받아 암호화폐에도 손을 뻗었다. 지난 4월 6만달러대 중반이었던 비트코인이 6월 3만달러까지 떨어지자 B씨는 암호화폐 투자를 접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원금의 절반을 잃었고 현재는 손실금액에 대한 이자만 갚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 단체 채팅방에서 코인투자로 수천만원을 번 동창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있으면 나만 뒤처지는 분위기라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C씨처럼 부채를 동원한 투자에서 손실을 본 경우 금리인상시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진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가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비해 시장 변화를 더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시 신용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급속히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연 2.86%까지 떨어졌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6월 연 3.75%까지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층이 빚투로 원금 손실을 볼 경우 금리인상에 따른 부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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