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주권 첫걸음…남은 과제는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1.08.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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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SK바이오사이언스 (55,400원 ▼700 -1.25%)가 개발하는 코로나19(COVID-19) 백신이 곧 임상 3상에 진입한다. 국산 백신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은 앞선 임상 시험 과정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임상 3상 승인은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았단 의미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은 이미 독감 백신 등에 오랜 기간 적용한 유전자 재조합 방식이라 안전성에선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또 초저온 유통이 필요 없고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길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화항체 형성률 100%…안전성도 확인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임상 1/2상 중간 데이터에 따르면 투약군 80명 전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형성됐다. 중화항체 형성률 100%다.



중화항체 유도 수준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 패널보다 5배에서 최대 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측면에선 GBP510 투약과 관련성이 있는 중대한 이상반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같은 임상 1/2상 중간 데이터를 토대로 임상 3상 승인을 받았고, 2022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이달 임상 3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유전자 재조합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나 바이럴벡터보다 훨씬 더 오래된 방식"이라며 "오랜 기간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온인 2~8도에서 보관과 유통이 가능하고 유효기간도 길어 개발도상국 등 전 세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유통과 보관이 편리한 만큼 가격 경쟁력 역시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용화될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수급 환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국산 백신인 만큼 자체적으로 생산 및 공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임상 대상자 모집 어려울 수도…변이 대응력 관건
임상 3상 승인 소식은 반갑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우선 임상 3상을 통해 더 엄격하고 확실하게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이뿐 아니다.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위한 시험 대상자를 원하는 만큼 모집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은 국내와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에서 총 3990명을 대상으로 한다. 시험 백신은 3000명, 대조 백신은 990명에게 투여한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임상 대상자를 수월하게 모집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식약처는 임상 3상에서 10% 정도는 국내에서 시험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고령층 시험 대상자 모집이 필수적인데, 국내 고령층의 경우 1차 예방접종률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이미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델타 변이, 또 앞으로 나올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을 담보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델타 변이 검출률은 70%를 넘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은 글로벌 기업 GSK에서 받은 펜데믹 면역증강제(Adjuvant)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면역반응이나 안전성은 비교적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 부회장은 "다만 국내 임상을 위한 대상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고령층을 일정 비율 이상 모집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또 하나의 문제는 변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효능을 낼지가 의문"이라며 "정부가 백신 개발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임상과 인허가 과정에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주=뉴스1) 장수영 기자 =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약처 브리핑실에서 '국내 개발 코로나1 백신 3상 임상시험 승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8.10/뉴스1  (청주=뉴스1) 장수영 기자 =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약처 브리핑실에서 '국내 개발 코로나1 백신 3상 임상시험 승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8.10/뉴스1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위한 대상자 모집을 지원하겠단 방침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임상시험에서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신속하게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범정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임상시험지원 T/F(태스크포스)를 통해 국내외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하는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은 최초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비변이)에 대한 백신"이라며 "아직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 효과에 대한 검증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베타나 델타 변이에 대한 중화능을 확인하기 위해 백신 접종자의 혈청을 사용해 분석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우선 GBP510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문제도 연구를 병행하겠다"며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나 생산능력 등은 추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안전성과 효과성이 담보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전세계의 노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백신 주권 확보 노력"…SK 외 다른 기업도 있다
식약처는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단 방침이다.



김 식약처장은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최초로 승인하는 등 국내 백신 자급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단 의미가 있다"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비교 임상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향후 국제 표준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는 신종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개발 백신으로 백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부터 허가까지 백신 개발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우리 백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 다수의 국내 기업 및 기관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 (11,740원 ▼60 -0.51%)의 유전자 재조합 백신은 임상 1/2상, 국제백신연구소의 DNA 백신과 진원생명과학 (2,615원 ▲115 +4.60%)의 DNA 백신, 제넥신 (6,160원 ▼140 -2.22%)의 DNA 백신, 셀리드 (6,000원 ▲170 +2.92%)의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임상 1/2a상 단계다. 큐라티스, HK이노엔도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개발비용 전액 외부 조달, 국내 우선공급 물량 차질 우려도

일부에선 개발자금이 CEPI는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 '웨이브2'를 통해 조달된 만큼 백신이 개발돼 생산되더라도 국내 공급물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강립 식약처장은 "한국 우선 배정 여부는 CEPI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상당량을 우선 공급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국산 백신인 만큼 자체적으로 생산 및 공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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