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나라가 온다[류근관의 통계산책]

머니투데이 류근관 통계청 청장 2021.08.1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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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나라가 온다[류근관의 통계산책]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16.4%' '800만명 돌파' '전국이 늙었다'

지난달 29일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보도의 주요 제목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3년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 국민을 노인으로 바꾸면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이 된다. 급속히 노령화되는 우리 사회에 대해 시사점이 크다.



나라의 고령화 수준은 어떻게 측정될까.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고령층) 비중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2019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초고령사회는 일본, 포르투갈 등 11개국이다. 한국은 약 15%로 고령사회지만 초고령사회는 아니고, 고령화 순위도 38개 국가 중 30위로 하위에 머물러 심각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령층은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3.3%,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5년부터 급감한 합계출산율은 2020년 0.84로까지 떨어졌고 2025년까지는 1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과 맞물려 2050년에는 고령층 비중이 지금의 두 배가 넘는 40%대로 진입, 일본을 추월해 세계 1위 '노인의 나라'가 된다.



급속한 고령화는 선거 지형도 바꾼다. 전체 유권자 중 청년층은 2020년 18%대에서 2050년에는 절반 수준인 9%대까지 추락한다. 놀랍게도 고령층 유권자는 2020년 18%대에서 2050년에는 45%로,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워진다. 고령층이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노인에 의한 나라'가 된다.

현재 노인을 위한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우리나라 고령층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이며 한 달 생활비를 공적연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율은 8%에 불과하다. 노인 빈곤 실태를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연금통계는 없다. 아쉽게도 한국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아니다.

통계청은 각종 공공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활용하는 국가 데이터 체계인 K-통계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체계가 완성되면 흩어져 있는 직역·퇴직·개인·기초·주택·농지연금 등의 정보를 인구가구등록부와 연결해 동거자까지 포함한 노인 연금실태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K-통계 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인 노인정책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노인을 위해서도 국가 차원의 K-통계 시스템 구축은 시급하다.


류근관 통계청장 /사진제공=통계청류근관 통계청장 /사진제공=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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