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슈타인, 힙합계에 필요했던 인재상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8.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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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슈타인,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원슈타인,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래퍼를 꼽으라면 단연 원슈타인이다. 랩도 하고 노래도 하고 예능도 하는데 포지션에 상관 없이 존재감이 특별하다. 그리 극성맞은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장 역동적으로 어디서든 자리하는 신기한 존재다. 그리고 그의 역동성은 바로 모두가 탐내고 시대가 원하는 '목소리'와 '애티튜드'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9'으로 얼굴을 알린 원슈타인은 지난 1년 간 엄청난 양의 작업물을 내놨다. '나무' '밤이 되니까' 'HEAT(with.릴보이, 미란이)' '캥거루' 'Circle(with.릴보이)' 'FRIENDS(with.릴보이)' 'X'에 이르기까지 발매곡들은 페이지 한 장을 훌쩍 넘겼고, 위너 강승윤, 엑소 디오, 쏠, 수란, 권진아, 라비, 숀, 쿠기, 빅나티 등의 앨범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무엇보다 MBC '놀면 뭐하니?' 발라드 그룹 특집의 M.O.M 멤버로 발탁돼 '바라만 본다'로 차트 정상까지 등반하는 바쁜 행보를 펼쳤다. 그렇게 원슈타인은 끊임없이 일했다. 요즘 래퍼들에겐 찾아볼 수 없는 성실함을 미덕으로 말이다.

'쇼미더머니9'이 끝났을 때 수혜자로 꼽힌 건 우승자 릴보이가 아닌 원슈타인이었다. 당시 프로듀서였던 팔로알토는 원슈타인에 대해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며 예측했고, 다이나믹듀오 최자는 "자이언티 처음 봤을 때 느낌"이라며 감탄했다. 팔로알토나 최자 모두 힙합신의 대성한 원로(?)이다보니 프로그램 안팎으로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쏠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프로그램이 끝나고 릴보이와 함께 삼성전자 버즈 모델로 발탁된 건 TOP4 중 한 명이 아닌 세미파이널에서 탈락했던 원슈타인이었다. 그의 이른 탈락을 두고 래퍼들와 대중 모두가 입모아 안타까웠했음과 동시에, 레드벨벳 조이 오마이걸 미미 위키미키 도연 우주소녀 엑시 아이즈원 사쿠라 등이 그의 팬을 자처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원슈타인,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원슈타인,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정석적으로 잘생기진 않았어도 스타일(귀여운 뽀글머리에 깔끔하면서도 힙합 룩)이 개성있고, 감미로운 멜로디컬한 랩을 한 덕분이었다. 살짝 허스키하면서도 그루브 있는 음색을 가진 원슈타인은 R&B적 요소와 힙합적인 요소를 잘 융합 시킨 독창성이 있다. 랩을 하면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고, 노래를 하면 랩처럼 들리기도 할 만큼 포지션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멜로디컬함이 잘 살아있다. 흔히 싱잉랩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차원과도 또 느낌이 달랐다. 작정하고 랩을 할 때는 꽂히는 맛을 잘 내면서도, 반대로 노래를 할 때는 보컬리스트들과 견줄 만큼 가창력이 잘 동반된다. 윤미래가 지닌 복합 포지션에서 기능이 더 추가된 신버전이라고 할까. 이 시대가 원하는 감각적 목소리와 올라운더 요소를 두루 갖춤과 동시에, 또래 래퍼들과는 차별되는 서정적인 작사 방식마저도 그를 특별한 존재로 이끌었다.

그냥 아이돌도 아닌 여자 아이돌이 현직 한국 래퍼의 팬이라고 밝힌다는 건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인데, 원슈타인이라는 인물 자체가 보여준 '착한' 기질도 마음 놓고 좋아해도 될 래퍼로 만들었다. 물고 뜯을 수밖에 없는 경연을 치르면서 남을 까내리거나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자신과신이 전혀 없고, 오롯이 자신이 느끼는 몽글몽글한 감상에 기대어 가사를 써내린다. 양쪽 팔에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타투로 새길 만큼 가정적이면서, 탈락하는 순간에는 모든 동료들의 안타까움과 격려를 얻는 모습들이 그랬다. 사랑 받으며 잘 자란 이들에게서 발현되는 바름의 미덕 말이다.

원슈타인,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원슈타인,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특히 래퍼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TV쇼에 출연하는 건 예삿일도 아니게 됐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등의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전통 예능에 출연한다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놀면 뭐하니?'에 함께 출연한 사이먼 도미닉의 경우엔 이미 예능에선 오랜 경력자이고, 딘딘이나 데프콘 등은 래퍼의 폼을 내려놓고 대중친화적인 모습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력파 신예가 이 판에 새로 비집고 들어온다는 건 좀 예외의 경우다. 아무리 래퍼들이 사랑받는 시대라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힙합신의 자유분방한 기질 때문에 방송가에서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 하지만 김태호 PD 레이더망에 걸린 원슈타인은 '쇼미더머니'에서 이미 이러한 불편한 요소가 없다는 게 증명된 래퍼였다. 그의 예상대로 '놀면 뭐하니?' 속 원슈타인은 거드름 따윈 하나 없는 모습으로 막내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때론 무대를 앞두고 긴장하는 귀여운 모습으로 호감에 호감을 더했다. 감각을 더해주는 요즘 시대의 목소리로 MSG워너비의 올드한 분위기까지 중화시키며 말이다.

생경한 촬영 현장에 놓여 발라드라는 새 분야까지 배우는 와중에 그는 신곡도 발매하고, 여러 아티스트와 합도 맞췄다. 오히려 발전과 확장되기까지 한 작업물로 말이다. 보통의 성실함이 아니다. 자의로 결집된 성실함으로 힙합신과 대중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성실함은 사실 고통을 수반한다. 덜 자고, 덜 놀아야 하기 때문. 잠이나 제대로 잘까 싶은 원슈타인의 열일 행보는 보답을 위하려는 '착한 기질'이 다시금 묻어나 더욱 격려하게 된다. 게으르다 치부됐던 힙합계의 격을 올리는 새로운 인재상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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