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19 백신 눈앞에…모더나 수모 딛고 '주권' 확보할까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8.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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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 안동 L하우스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 안동 L하우스


국산 코로나19(COVID-19) 백신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재조합 방식 백신 'GBP510'이 임상 시험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 것. 내년 상반기 중 출시가 유력하다. 아울러 첨단 생명과학기술의 '꽃'으로 통하는 mRNA(메신저RNA) 방식 백신의 국내 개발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속도를 끌어올린다. 최근 모더나 공급 차질로 '백신 주권'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된 가운데 이들 국산 백신이 시간표 대로 의료현장에 투입될 지 주목된다.

SK바사 표 재조합 백신 내년 상반기 출시 기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3상 임상시험 계획에 대해 안전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한 결과, 국내 최초로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내 개발 백신 중 첫 임상 3상 진입이다.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재조합 백신'이다. 우리 정부가 4000만회 분을 계약한 미국 노바백스와 같은 방식의 백신이다.

표면항원 단백질을 투여하면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하며,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바이러스를 중화해 제거하게 된다. 이 백신은 특히 항원 노출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활용하여 항체를 많이 생성함으로써 면역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개발됐다.



'GBP510'는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이하 게이츠재단)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개발이진행중인 백신이기도 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2014년부터 게이츠재단으로부터 장티푸스, 로타바이러스 등 백신 개발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았다. 전염병 예방과 퇴치를 통해 인류 삶의 질을 끌어올리자는 양측 뜻이 맞았다. GBP510의 개발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6~7월 GBP510의 임상 2상 중간결과가 수집완료되고 이를 바탕으로 규제기관 심사를 받아 8월 전후 임상 3상 승인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시간표 대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면 출시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달 중 국내 기업 개발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백신의 상용화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간표 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 내년 상반기 출시 가능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유력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변이 대응 높은 mRNA 백신도 내년…백신 주권 가져오나
'국산' 코로나19 백신 눈앞에…모더나 수모 딛고 '주권' 확보할까
국내 mRNA 백신 개발도 속도를 끌어올린다.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에스티팜 (82,200원 ▼1,100 -1.32%), GC녹십자 (109,100원 ▼1,500 -1.36%) 등 3개 기업 주축으로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이 출범했고 내년까지 자체 mRNA 백신 기술을 확보해 전 국민이 1인당 2회 접종 가능한 1억 도즈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미약품은 자체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백신 허브 구축 프로젝트에 mRNA 백신 핵심 참여사로서 제안서를 내기도 했다.

한미약품, 에스티팜, GC녹십자는 원료와 백신 제조, 신약개발 등 이 같은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한 각 분야에 강점을 갖췄다. 한미약품은 mRNA 백신 핵심원료 3종을 연간 1억 도즈 생산할 수 있다. 특허가 해결된 mRNA 핵심기술 및 코로나 백신 비임상독성시험 후보 물질을 확보한 에스티팜은 mRNA 전용 공장 설비 구축도 완료했다. 완제 4억 도즈 규모의 백신 생산공장을 갖춘 GC녹십자는 mRNA 백신의 신속 개발 및 상용화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맞춤형 개발에도 유리하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를 만드는 유전자를 '설계도' 격인 mRNA 형태로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형성시킨다.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에 돌연변이가 생겨 나타나는데, 이 스파이크 정보를 분석해 설계도만 바꾸면 쉽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mRNA 기반 백신의 경우 한두달이면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산 백신 개발이 속도를 끌어올린 가운데 최근 모더나 공급차질 사태가 빚어졌다. 모더나는 8월 국내 공급분을 절반 이하로 공급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미 일본과 캐나다 등도 물량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더나 생산 및 품질 관리 문제에 따른 결과지만, 현재 백신을 개발해 생산할 수 있는 제약사가 극소수여서 제대로된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백신 주권' 중요성이 부각된 셈인데 시간표 대로 국산 백신이 출시되면 국내 방역 안정성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19는 결국 독감처럼 일상화 되는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이 될 것이라는 의료계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 국산 백신이 출시되면 이 같은 엔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확실한 무기를 갖게되는 셈이다.

국산 백신으로 겨냥할 세계시장 규모도 막대하다. 올해 64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로 추산된 mRNA 백신 세계시장은 연평균 11.9% 성장해 2027년 1270억 달러 (약 14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엔데믹에 맞춰 늘어날 글로벌 백신 수요를 변이 대응력이 높은 mRNA백신이 빨아들일 수 있다는 추산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시간표 대로 국산 백신이 나올지 여부"라며 "지금까지 개발은 각 제약사, 바이오사가 발빠르게 수행했지만 대규모 자금 투자와 규제기관 지원사격이 필요한 임상 3상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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