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냐 새 집안싸움이냐, 금호 박철완 지분 증여 보는 시선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8.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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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2021.3.11/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2021.3.11/뉴스1


백기사들의 탄생일까, 새로운 집안 싸움의 불씨일까.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누나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면서 우호세력을 늘려 경영권에 재도전할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나눠준 지분이 상속 개념을 감안할 때 턱없이 적어 상속을 놓고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 (140,500원 ▼5,000 -3.44%)화학(금호석화) 주식 45만7200주를 최근 박은형·은경·은혜 세 누나에게 증여했다. 경영권분쟁이 한창 불붙으며 주가가 30만원에 육박했던 당시엔 비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분쟁 이전보다 주가가 큰 폭 오른 상태다. 현금 환산 지급액이 총 930억원, 각 310억원이다.

금호석화 안팎에선 박 전 상무가 다시 경영권 확보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주총 표싸움에서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에 진 이후에도 모친 김형일 씨와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등을 통해 금호석화 주식을 추가 매수했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가 여기에 더해 누나들에게 지분을 증여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 전 상무 누나들이 맺은 혼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벌어질 수 있는 표싸움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녀 은형씨는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차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과 결혼했다. 차녀 은경씨는 동국제강 창업주 손자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와, 삼녀 은혜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각각 결혼했다.

박 전 상무는 지분 증여로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지분이 종전 9.13%에서 7.76%로 1.37% 줄었다. 본인 지분은 줄었지만 세 누나를 특수관계인으로 편입시킬 수 있게 됐다. 박 전 상무를 상대로 경영권을 지킨 박찬구 회장 지분은 지난 5월 말 기준 6.09%, 그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화 부사장 지분은 6.52%다.


이번 지분 증여가 박 전 상무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호가(家)는 형제공동경영 합의에 따라 형제 및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이어왔다. 딸들은 지분 승계 대상에서 소외됐다. 금호가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는 가족 간 암묵적 합의에 따라 지분을 장자에게만 상속해 왔지만, 박 전 상무가 경영권분쟁에 패하면서 장자 상속 명분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2002년 부친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에게 보통주 106만2512주, 우선주 8만3251주를 상속받았다. 딸들에게 주식을 남겨주지 않았다. 박 전 상무가 주총 표싸움에 지고 회사를 떠나게 되자 비로소 누나들이 자신의 몫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재계는 이를 감안하면 세 누나가 손에 쥔 각기 0.5% 안팎의 지분은 상속이 최종적으로 완료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 관계자는 "유류분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지분 절반을 세 누나와 모친에게 증여해야 한다"며 "공평하게 상속됐다고 느끼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산분할을 놓고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이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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