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만 보지 않는다'···배터리·수소·화학, 정유 4인방의 변신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8.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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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만 보지 않는다'···배터리·수소·화학, 정유 4인방의 변신


국내 정유업계 4인방(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이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충격에서 벗어나 올 상반기 완연한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실적은 제자리를 찾았지만 정유사들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수소, 석유화학 시설 증설 등 다양한 미래전략을 제시, 변신을 강조했다. 2050년 유가가 4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이 나오는 등 장기적으로 정유 수요는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5.1조->3.9조 적자터널 완전히 지났다···턴어라운드 '성공'
9일 GS칼텍스를 끝으로 올해 2분기 국내 정유 4인방의 실적 발표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 GS는 자회사 GS칼텍스의 2분기 연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7.1% 늘어난 7조7474억원,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선 3792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유례없는 '적자쇼크'에 빠졌던 정유사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국내 4사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2조1771억원, 2분기 1조7224억원을 기록하는 등 상반기 총 3조89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5조1016억원의 적자를 낸 것에서 흑자전환에 돌아선 것이다.



올 2분기 정유사 이익이 호조를 유지한 것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 이익 영향이 컸다. 2분기 동안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4.2% 올라 70달러대를 회복했었다. 1분기 상승폭은 21.9%다.

올해 상반기 유가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했다. 단 최근에는 60달러 후반대에서 주춤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 확대도 영향을 줬다.

매출 비중은 작으나 지난해 악조건 속에서도 수익성에 버팀목이 돼줬던 윤활유 사업도 한 몫했다. SK이노베이션 윤활유 사업은 2009년 자회사로 분할 이후 역대 최고 분기 영업이익(2265억원)을 거뒀고 S-Oil, GS칼텍스는 해당 사업에서 모두 직전 분기 대비 20~50%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윤활유 사업은 자동차 이동량이 늘어나는 등 수요 회복과 국내 정유사들이 효율 높고 오염물질이 덜한 고품질, 고부가가치 윤활유 생산에 치중한 덕을 봤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는3분기 실적도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유가는 주춤하고 있지만 7월 들어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정제마진이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업 수익성 지표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가와 수송, 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이다.

업계에 따르면 7월 첫 주 배럴당 1.8달러대였던 정제마진은 8월 둘째주 3.5달러까지 올랐다. 휴가시즌이 오면서 휘발유 등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정제마진은 전세계적 경제 활동 증가로 인한 운송용 연료유 높은 수요에 힘입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래도 BC(Before Covid-19)로 안 돌아간다···정유업 의존도 낮추는 4인방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정유기업들도 이익호조를 보인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 대표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올 2분기 37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웃돈 성적표를 낸 뒤 2분기 배당금을 기존 대비 4% 인상, 주당 5.46센트로 결정했다.

회사는 실적발표와 함께 올 연말까지 단기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종전 예측치(55달러) 대비 높인 것이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2040년까지 배럴당 평균 55달러, 2050년까지 배럴당 45달러를 제시했다. BP는 지난해 글로벌 석유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을 투자자들과 공유했었다.

국내 정유사들도 실적 회복에 안주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거나 더 나아가 배터리, 수소 등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우선 GS칼텍스는 화학으로 사업영역을 확장중이다. 최근 여수공장에 증설 중인 올레핀 생산시설(MFC)이 대표적이다. MFC는 원유 정제 후 부산물인 에탄 등을 원료로 사용해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현재 시험가동중에 있으며 올 하반기 내 상업가동이 목표다.
상업가동 후 GS칼텍스는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되며 현재 전체 매출에서 15%가 좀 넘는 석유화학 매출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GS칼텍스의 올해 2분기 석유화학 영업이익은 856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11월 상업 가동을 목표로 HPC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납사,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연 85만톤, 폴리프로필렌 5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S-Oil과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수소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S-Oil은 올해 3월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 개발업체 FCI 지분 20%를 취득하며 수소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2027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100MW 이상 생산 능력의 생산설비에 투자를 진행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 블루수소 10만톤 생산 계획을 밝혔으며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화학 및 소재 사업에 진출하거나 확대한다.

국내 최대 정유사로서 가장 획기적 변화를 빠르게 진행시킨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에너지 주유소, SK루브리컨츠 지분, SK종합화학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 플라스틸 리사이클, 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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