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복귀' 오늘 결론…법조계선 '가석방 허가'에 무게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1.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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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여부가 오늘 판가름난다. 법조계 등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 장관 승인까지 이뤄질듯…법조계 '가석방 허가'에 무게
법무부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점 기념일 가석방 대상자 심의를 한다. 이날 심사 대상에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포함돼 있다.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 당연직 위원이다. 심사위가 표결을 통해 가석방을 결정하면 법무부 장관 허가를 거쳐 절차가 마무리된다.

통상 하루 안에 심사위 표결부터 장관 승인과 당사자 통보까지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는 오늘 결론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심의를 통과하면 일요일인 광복절에 앞선 오는 13일 출소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가석방 허가'에 무게…법감정·재범 위험성 요건 등 충족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허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범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석방 기준과 관련해 △복역률을 포함해 △사회적 법감정 △행역 성적 △범죄동기 △선고형의 적정성 △정상참작의 여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말 복역률 60%를 넘기며 가장 기초가 되는 '복역률 요건'을 충족했다. 각종 여론조사서 가석방 또는 사면에 찬성하는 반응이 우세인 것으로 미뤄볼 때 '사회적 법감정' 요건도 충족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21일 이후 주요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20여 차례의 설문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석방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6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재범 위험성 부문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부분이 언급된다. 단순한 사과를 넘어 논란의 여지를 근원적으로 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점도 고려 요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재계 "삼성 의사결정 동력 약해져" 우려…'사면 필요' 여론도
재계에서는 10년 뒤의 삼성과 대한민국을 위해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과감한 의사결정과 전략적 선행투자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최근 안보와 첨단산업 우위를 지키기 위한 '국가 대항전'이 최근 치열해지는 상황은 삼성그룹 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오너가 없는 삼성은 머뭇거리고 있다. 115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지만 새 투자 소식은 5년째 들리지 않고 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ISA)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와 M&A(인수합병) 등 큰돈이 드는 사안은 기업을 책임지는 누군가가 결정해야 한다"면서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 말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도 적잖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1000여개의 노동·인권 시민단체들은 연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기업 범죄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위해서는 가석방이 아닌 사면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대구광역시 중구 성내3동 주민들은 전날 삼성상회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께 삼가 청원드린다"며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권한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 오늘날의 전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게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의 모태가 된 옛 삼성상회 터 인근에 사는 대구 중구 성내3동 주민 20여명은 지난 8일 인교동 삼성상회 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청원식을 열고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했다./사진=뉴스1삼성의 모태가 된 옛 삼성상회 터 인근에 사는 대구 중구 성내3동 주민 20여명은 지난 8일 인교동 삼성상회 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청원식을 열고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했다./사진=뉴스1
주력산업 '위기 신호'…경영복귀시 대형 투자·M&A 속도낼 듯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등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본다. 특히 수 개월째 최종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는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속도가 붙고, 대형 M&A도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의 주력 부문인 반도체 시장에선 대만 TSMC와 인텔이 천문한적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결론도 내지 못하면서 향후 파운드리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사업도 애플과 중국업체의 거센 도전을 받으며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역대급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기세를 올렸던 5G(5세대)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올해 들어 미국 T모바일과 AT&T, 버라이즌 등 5G 장비 수주전에서 에릭슨·노키아에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자취를 감춘 미래 비전도 새롭게 제시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이 2018년 미래 신사업 분야를 제시하며 세웠던 '180조 투자 계획'은 지난해 마무리된 상황이다. 비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2030'의 경우 최근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투자 규모를 늘렸지만, 전략적 비전 제시 없이 몸집을 키우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비전 제시는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는 오너의 영역"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은 2018년 미래 신사업으로 제시한 AI(인공지능)과 5G, 전장사업 등에 대해 계획된 투자를 지난해를 끝으로 모두 마친 상황"이라며 "새로운 신사업 제시와 투자 계획 등 가이드라인이 요구되지만 총수 부재로 반년 넘게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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