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숨죽인 삼성…내일 결정되면 13일 출소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1.08.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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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14일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공항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20년 10월14일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공항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여부가 내일(9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우호적인 여론 속에서 정치권과 경제계 등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반대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공식 입장을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내일 장관 승인까지 이뤄질듯"…가석방 결정시 13일 출소
8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점 기념일 가석방 대상자 심의를 한다. 이날 심사 대상에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포함돼 있다.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 당연직 위원이다. 심사위가 표결을 통해 가석방을 결정하면 법무부 장관 허가를 거쳐 절차가 마무리된다.



한 법조계 인사는 "통상적으로 당일에 가석방심사위원회 표결부터 장관 승인, 당사자 통보까지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심의를 통과하면 일요일인 광복절에 앞선 오는 13일 출소하게 된다.

4월부터 우호 여론 지속…'사면 청원'나선 대구 성내3동 주민들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논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5개 경제단체장이 지난 4월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후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여당이 가석방 카드를 꺼내들면서, 두 가지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 왔다.

지난 7월 서울구치소가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자 명단에 이 부회장을 포함해 법무부에 보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석방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법조계에서는 서울구치소가 가석방 대상자 명단에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것을 두고 청와대나 법무부, 정치권과의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10년 뒤의 삼성과 대한민국을 위해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과감한 의사결정과 전략적 선행투자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안보와 첨단산업 우위를 지키기 위한 '국가 대항전'이 최근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오너가 없는 삼성은 머뭇거리고 있다. 115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지만 새 투자 소식은 5년째 들리지 않는다.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수 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ISA)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와 M&A(인수합병) 등 큰돈이 드는 사안은 기업을 책임지는 누군가가 결정해야 한다"면서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 말했다.

삼성의 모태가 된 옛 삼성상회 터 인근에 사는 대구 중구 성내3동 주민 20여명이 8일 인교동 삼성상회 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청원식을 열고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했다./사진=뉴스1삼성의 모태가 된 옛 삼성상회 터 인근에 사는 대구 중구 성내3동 주민 20여명이 8일 인교동 삼성상회 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청원식을 열고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했다./사진=뉴스1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도 적잖다. 참여연대 등은 연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기업 범죄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여론은 지난 4월부터 우호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이후 주요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20여 차례의 설문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석방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6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세번에 한번 꼴로 사면이나 가석방에 찬성하는 비율이 70%를 넘기기도 했다. 60%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대구광역시 중구 성내3동 주민들은 이날 오전 삼성상회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보낼 것이라 밝혔다. 이들 주민은 "문재인 대통령께 삼가 청원드린다"며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권한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 오늘날의 전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게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허점 파고드는 해외 기업…경영복귀시 대형 투자·M&A 속도낼 듯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본다. 특히 수 개월째 최종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는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속도가 붙고, 대형 M&A도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의 주력 부문인 반도체 시장에선 대만 TSMC와 인텔이 천문한적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결론도 내지 못하면서 향후 파운드리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주력사업인 핸드폰 사업도 애플과 중국업체의 거센 도전을 받으며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역대급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기세를 올렸던 5G(5세대)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올해 들어 미국 T모바일과 AT&T, 버라이즌 등 5G 장비 수주전에서 에릭슨·노키아에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자취를 감춘 미래 비전도 새롭게 제시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이 2018년 미래 신사업 분야를 제시하며 세웠던 '180조 투자 계획'은 지난해 마무리된 상황이다. 비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2030'의 경우 최근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투자 규모를 늘렸지만, 전략적 비전 제시 없이 몸집을 키우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비전 제시는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는 오너의 영역"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은 2018년 미래 신사업으로 제시한 AI(인공지능)과 5G, 전장사업 등에 대해 계획된 투자를 지난해를 끝으로 모두 마친 상황"이라며 "새로운 신사업 제시와 투자 계획 등 가이드라인이 요구되지만 총수 부재로 반년 넘게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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