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옵티머스 사기' 32명 기소…정·관계 로비는 못밝혀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2021.08.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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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재까지 관련자 총 3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진 '펀드 하자 치유' 문건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8일 검찰이 발표한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 수사·공판 중간결과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유경필)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진승)는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사건 관련자 32명을 기소 등 처분(구속 15명, 불구속 16명, 기소중지 1명)했다. 또 40회에 걸친 추징보전 결정을 통해 자금이 투입된 61개 사업장 등에 대해 합계 4200억원의 재산을 동결 조치했다.

옵티머스 사건은 지난해 6월 펀드 판매사들이 옵티머스 임직원을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옵티머스 경영진은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속여 3200여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약 1조 3526억원을 가로챈 뒤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은 당초 펀드 사기로 시작됐으나 수사 과정에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이 발견되면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의혹이 번졌다. 검찰은 옵티머스 경영진 및 로비스트를 재판에 넘기는 한편 문건에 거론된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재현 대표 1심서 징역 25년 중형…관계사 임직원도 줄줄이 재판에
검찰은 지난해 7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2대 주주 이동열씨, 윤석호 사내이사(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0일 김 대표에게 징역 25년을, 이씨와 윤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송모 이사와 관계사 스킨앤스킨 고문 유현권씨도 각각 징역 3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과 수탁사인 하나은행 직원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부당 권유 판매를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확정 수익을 사후 보전하고 수탁 중인 다른 펀드 자금을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 돌려막기에 이용한 혐의 등이다. 양벌규정에 따라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 법인도 함께 기소됐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최모 전 기금운용본부장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전 본부장은 옵티머스가 확정 수익형이 알고도 확정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전파진흥원의 공정한 기금 운용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옵티머스의 자금세탁창구로 이용된 관계사 임직원도 대거 재판에 넘겼다. 선박 부품 제조업체 해덕파워웨이 박모 전 대표가 옵티머스 자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 자회사 세보테크 고모 전 부회장과 강모 이사, 세보테크 거래처인 명성티엔에스 오모 전 회장이 세보테크 자금을 빼돌려 다른 상장사를 인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화장품 제조업체 스킨앤스킨 이모 전 대표도 자금 1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스킨앤스킨은 옵티머스 일당인 유씨가 고문으로 있던 회사다. 검찰은 도주 중인 이모 전 회장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처분했다.

유씨의 청탁을 받고 옵티머스 자금통로 중 하나인 인터호라이즌에 140억원을 부실 대출한 혐의로 올해 2월 구속기소된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 이모 전 자산운용팀장은 지난달 23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헌재·채동욱 등 연루된 로비 의혹은 못밝혀…이진아 전 행정관 수사는 계속
검찰은 옵티머스 핵심 로비스트들도 재판에 넘겼다. '신회장'으로 불려온 신모씨를 비롯해 김모씨, 기모씨 등 3명은 해덕파워웨이 임시주총 관련 소액주주 대표 윤모씨에게 제공할 금액을 부풀리는 등 거짓말로 김 대표로부터 10억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신씨는 1심에서 징역 4년, 김씨와 기씨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씨와 김씨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소에 복합기 임대료를 부당지원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이 전 대표의 최측근 이모씨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전 대표도 정치자금법 위반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김 대표와 공모해 전파진흥원 기금 약 1060억원을 가로챈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도 100여일간 도피 끝에 지난해 말 구속기소됐다.

논란의 핵심인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옵티머스 고문단 실명과 이들이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수익자로 일부 참여해있다', '게이트 사건화 우려' 등 문구까지 포함돼 있어 의혹이 커졌다.

그러나 검찰은 김 대표가 금융감독원 검사를 연기할 목적으로 펀드 운용 상황과 고문단 역할 등을 과장해 문건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로비 의혹으로 입건된 이 전 총리와 양 전 행장, 김 전 이사장 등에 대해서도 펀드 운용 및 판매와 관련한 도움을 줬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채 전 총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간 경기도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 채 전 총장이 지난해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났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인허가 관련 청탁이 오간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에 나섰으나 두 사람 모두 함께 식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 사실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6월 경기도에서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 신청을 최종 반려하는 등 전체 사업 경과에 비춰 수사를 계속할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윤석호 이사의 배우자로, 옵티머스 지분 약 1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초기 수사 부실했다는 지적 받아들인다"
범죄수익환수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펀드 자금 흐름 확인 결과 펀드 설정액 1조 5952억원 중 5194억원이 미상환됐으며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입한 펀드 자금 6565억원 중 4391억원이 미상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펀드 자금 투자 63개 사업을 전수조사해 61개의 사업에 투자돼 잔존하는 재산 4200억원을 추징보전해 동결 조치했다.

한편 전파진흥원은 사건이 확대되기 전인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옵티머스 경영진을 펀드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했으나 검찰은 이듬해 5월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부실수사로 피해액이 1조원대로 불어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사건 수사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피해 확산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자본시장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린 사건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도 적극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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