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촉천민 9세 여야 집단 성폭행 후 시신 강제 화장…인도 '분노'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1.08.09 11:14
글자크기
인도 델리 빈민가에 거주하는 불가촉천민(달리트) 9살 소녀가 성폭행 후 살해된 뒤 강제 화장된 가운데,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트위터인도 델리 빈민가에 거주하는 불가촉천민(달리트) 9살 소녀가 성폭행 후 살해된 뒤 강제 화장된 가운데,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트위터


인도 델리 빈민가에 거주하는 불가촉천민(달리트) 9살 소녀가 성폭행 후 살해된 뒤 강제 화장된 가운데,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NPR과 CNN,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숨진 소녀는 지난 1일 밤 물을 길러오라는 어머니의 심부름을 받고 화장터 근처 냉각기로 향했다.



그러나 얼마 뒤 소녀의 부모는 "아이가 냉각기의 물을 긷던 도중 실수로 감전사했다"는 힌두교 승려의 연락을 받았다. 급히 딸이 있는 화장터로 달려간 부모는 손과 팔에 멍이 들고 피를 흘리며 숨져 있는 딸을 발견했다. 소녀의 입술을 파랗게 물들어 있었고 옷은 젖은 상태였다.

부모는 BBC와 인터뷰에서 "(화장터에서 종교 의식을 맡는)힌두교 승려와 다른 남성 3명이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했다"며 "(신고를 하면) 당국이 딸의 장기를 팔아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족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급히 소녀의 시신을 화장하기 시작했다.



현지 경찰은 힌두교 승려(55)를 포함한 4명의 남성들을 용의자로 보고 집단 성폭행과 살인, 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다. 아빈드 케지리왈 델리 시장은 이번 사건을 두고 "야만적이고 수치스럽다"며 "델리의 법과 질서 상황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하고 분노한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숨진 소녀를 위한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직접 제작한 플래카드를 들고 용의자들의 사형을 촉구하기도 했다.

피해 소녀가 속한 달리트 계층은 4개의 계층으로 구분된 카스트 제도에 속하지 못하는 최하위 계층이다. 카스트 제도에 따르면 인도인의 계층은 브라만(사제), 크샤트리아(왕후·전사), 바이샤(상인·농민), 수드라(수공업자·노예) 등 4개로 구분되는데 달리트는 이 4개 계층에 속하지 않는 인도 최하층 신분이다.


인도 카스트 제도는 1950년 공식 폐지됐지만 계층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인도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지난해에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서 19세 달리트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