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정책 '구조조정+재취업' 패키지로 가야…"현금보단 시간 주는 복지"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1.08.08 18:31
글자크기

[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3>경제사회 시스템 대전환을 위한 패키지 딜 ③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일자리정책 '구조조정+재취업' 패키지로 가야…"현금보단 시간 주는 복지"


일자리정책 '구조조정+재취업' 패키지로 가야…"현금보단 시간 주는 복지"
차기 정부의 일자리 정채과 관련, 전문가들은 고용 유지보다 구조조정과 고용전략이 패키지 딜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이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단기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방만한 일자리 정책에서 벗어나 차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역대 정부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개혁하지 않고 재정에 기댄 미봉책 일자리 유지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는 고용유지에 집중해온 이번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최 전 원장은 "국내 대기업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들은 아직도 당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부도 지원금 등으로 고용유지에만 신경을 쓰면서 방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불안정한 이유는 낮은 생산성에 있고, 결국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일자리를 안정시킬 수 없다"며 "최저임금 등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저생산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및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일자리를 잃는이들의 사회안전망 강화와 근로자들의 재취업 패키지딜을 제안했다. 최 전 원장은 "중소기업에도 최소한의 임금 문턱을 설정해주고 이 수준의 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에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의 실업급여 확대교육훈련과 재취업을 돕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과감한 구조조정 없이 일자리가 안정되긴 어렵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과연 누가 처음 칼을 빼내들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일자리 '효자' 돌봄 서비스 이제 매력적 전문직으로 만들자"
전문가들은 일자리는 많지만 인력이 부족한 돌봄 분야와, 보건과 영양, 특수교사 분야나 안전 및 방역 등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 일자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특히 국내 돌봄노동 분야에서 대량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정부가 돌봄 노동 사회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이 분야에서 적정임금과 고용안정이 보장된 수준의 일자리가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이후 지난 15년여 간 200만명 이상 가장 크게 고용증가가 이뤄진 분야가 돌봄노동이다. 다만 국내 돌봄노동은 민간위탁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공급기관이 난립했고 이로 인해 가격경쟁과 고용불안, 서비스의 질적 저하라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이에 최 전 원장은 돌봄노동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이 차기 정부의 과제라고 봤다. 그는 "돌봄노동 시장이 취준생이나 경단녀 등으로부터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현재 2% 수준에 불과한 정부 직영 사회서비스 비중을 어린이집처럼 20~30% 까지 늘리고, 교육훈련과 경력관리를 체계화해 전문직 노동시장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나 플랫폼 노동의 사각지대도 주요한 과제로 꼽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자 의무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체계를 중심으로 법률을 구성하는 '일하는 사람의 보호에 관한 법'(가칭) 등을 제정해 인권이나 개인정보, 안전, 근로조건 등을 보장하는 고용안전망을 갖추자는 견해도 소개됐다.

또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관련해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원칙보다 상위 원칙이라고 보고 임금체계 개혁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가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홍경준 성균관대 교수가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현금 지급만으론 복지 해결 안돼, 교육훈련이나 돌봄 가능하도록 사회보험 활용해야"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 생애 동안 사람들이 직면하는 사회위험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며, 돌봄과 교육훈련에 필요한 시간을 주고 이 시기 소득감소를 해소하는 등 다양한 사회위험에 대응하는 국민소득보장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또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복지와 조세를 통합하는 인프라 구축으로 분별 있는 복지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날 "현금 지급만으로 복지가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의무의 수행에서 나오는 자존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무와 권리의 결합에 기초한 사회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보험방식으로 5년~10년 일한 사람에게 한 차례 정도 안식년과 같은 휴가를 주고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만 18~64세 근로연령기간 중 평생교육이나 돌봄 활동을 위해 최대 48개월 월 1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해 이 기간 소득의 감소라는 사회위험을 보완하는 방안이다.

그는 "이제는 자녀를 돌보거나 부모를 돌보는 과업, 이직이나 전직을 위한 교육훈련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결국 이런 시기에 있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회성 소비진작에 그치는 현금 지원보단 사회보험으로 유지되는 유급휴가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보험으로 지원되는 유급휴가의 경우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 방식의 복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부담도 적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생활보장체제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지원이 도입된 국민소득보장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소득보장제는 국민생활보험과 국민생활지원제도를 연계한 소득보장체계를 일컫는다. 국민생활보험을 통해 은퇴나 재해, 실직 등에 따라 소득이 상실될 경우에 대비해 사각지대가 없는 전국민 사회보험으로 강화하고, 국민생활지원제도를 활용해 모든 국민을 위한 의료와 주거, 교육급여 중심 소득보장체계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국민소득보장제의 실행을 위한 복지-조세 통합 인프라 체계의 구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언급하면서 "소득하위 88% 지급은 선별이냐, 보편이냐"며 "소득보장 급여에 대해 연금소득처럼 과세하면 보편이냐, 선별이냐의 소모적 논쟁을 벗어나서 분별 있는 복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 소득파악시스템(RTI)에 기반한 국세청의 조세 인프라가 확충되고, 사회보험료의 징수 역시 현재처럼 직장 중심에서 개인의 소득 중심으로 바꿔 국세청이 맡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담회 참석자 주요 이력

*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및 회계 담당 부원장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교보악사자산운용 상무, CIO

*채이배 전 국회의원 : △제20대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원내부대표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공공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