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명 소녀들에게 달린 Mnet의 향방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8.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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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net사진제공=Mnet


6일 오후 8시 20분 Mnet에서 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이 방송된다. '프로듀스 X' 이후로 2년 만이다. 시즌3인 '프로듀스 48'과도 비슷한데 이번엔 중국까지 합세했다. 한국·중국·일본 문화권 여성 연습생 99명이 출연해 글로벌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제 '오디션 명가'로써 Mnet의 향방은 99명의 소녀들에게 달렸다. 알다시피 Mnet은 '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 사태로 최근까지도 몸살을 앓았다. 시리즈를 연출한 안준영 PD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게 불과 5개월 전이고, 피해를 본 연습생 12명 중 11명은 최근에서야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아직 사태가 다 수습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net은 우려가 모아지는 시점에서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이자 주 매출원이었기에 2년의 기다림도 조급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총력을 기울인 티가 역력하다. MAMA(Mnet Asian Music Awards)를 초기부터 연출한 베테랑 윤신혜 CP를 투입하고, 사상 최초 한·중·일 합작이라는 회심의 카드가 그것이다. 국내 비판 여론을 방패 삼아줄 일본, 중국 등의 우호적 시청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프로듀스' 시즌3로 배출한 아이즈원이 일본에서 크게 활약한 것도 좋은 멍석을 깔아줬다. 제작진은 출연진에 대한 처우 개선과 달라진 공정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뉘우침에 대한 지과필개(知過必改)를 거듭 강조했다. '걸스플래닛'으로 복귀전에 나선 Mnet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파해갈까?

윤신혜 CP, 사진제공=Mnet윤신혜 CP, 사진제공=Mnet
▲ 조작 방지 위한 외부참관인 제도 운영

Mnet에게 치욕의 과거를 안긴 부분이 투표 조작과 공정성이다. 가장 달라져야 할 문제점이었고,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윤신혜 CP는 "데뷔 최종 멤버에 K, C, J그룹에 따른 쿼터제는 없다. 투표 방법은 미션 과정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된다. 투표는 100% 글로벌 투표로 데뷔 멤버가 정해지게 된다. 한국 50%, 그 외 글로벌 그룹 50%로 합산돼 진행된다"고 전했다. 투표 방식에 대한 공정성도 언급했다. 윤 CP는 "투표는 외부 플랫폼인 유니버스에서 진행된다. 모든 투표는 유니버스에서 진행된 후 점수화돼 최종 데이터만 제작진에게 전달된다. 데이터가 변형되지 않고 정확하게 방송이 되는지는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외부참관인제도를 통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아이디나 IP를 통해 어뷰징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놔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투표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 건강이 최우선" 상담실 마련·영양사 고용

실력만큼 체력이 중요하다고 할 정도로 대개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진들은 강행군의 스케줄을 소화한다. 단기간에 여러 미션을 수행하기 때문에 연습이 끊임없고, 촬영 대기 시간도 길어 고통을 호소하는 출연진이 적지 않다. '프로듀스' 촬영 때도 출연진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폭로되며 문제로 야기됐다. 이 역시 개선점이 필요했던 부분. 연출을 맡은 김신영 PD는 "참가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최소 인원이 생활할 수 있는 숙소를 마련했고, 영양사가 영양가 있는 식단을 준비한다. 또 참가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제작진뿐만 아니라 전문 보안요원들이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통역사분들이 24시간 숙소에서 상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아청소년정신과 상담의와 정기적인 상담도 진행 중이라며 "참가자의 정신적·정서적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제작진이 상담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상담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신영 PD, 사진제공=Mnet김신영 PD, 사진제공=Mnet
▲ 한·중·일의 민감한 삼국 관계…외교적 발언 금지 시켜

방송 전부터 중화권 출신 참가자들의 '항미원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걸스플래닛'의 가장 큰 불안 요소다. 최근 국제정세에서 화약고 중 하나로 꼽히는 한·중·일 동아시아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민감하다. '한한령'으로 시작된 중국의 견제는 동북공정을 시도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더 험악해졌다. '조선구마사' 폐지 사태로 입증됐듯 이제 비판 여론은 프로그램의 존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 중국 참가들의 정치적 발언으로 비판 여론을 형성한 '걸스플래닛'의 현 사정은 녹록지가 않다. 이에 윤 CP는 "'걸스플래닛'은 탈정치적인 글로벌 문화이벤트다. 참가자들 모두 정치적, 외교적 발언을 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기로 약속했다. '걸스플래닛'에서는 문화로만 교류한다"고 밝혔다.

▲ 다시 쏟아진 아이돌 오디션, 필승 전략은 '99명의 서사'

공교롭게 한 동안 잠잠했던 아이돌 오디션이 올해 급 부흥기를 맞았다. 제일 먼저 SBS에서 '라우드'를 선보였고, MBC도 2개의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기시감이 짙은 만큼 차별되는 경쟁력이 요구되는 상황. 윤 CP는 "지리적으로 제일 가깝지만 언어도 문화도 다른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문화권 친구들이 모인다면 조금 더 집중적으로 새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PD도 "소녀대전이라는 부제는 본 제목보다 더 고심한 끝에 만들어졌다. 소녀대전의 '전'은 전쟁이 아닌, 이야기 전을 뜻한다. 풀어서 해석하자면 소녀들의 위대한 이야기다. 소녀라는 단어 자체가 대중적인 이미지로는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느껴지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진취적이고 강인한 소녀상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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