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車, ESG는 안녕하십니까

머니투데이 김용길 한국표준협회 ESG교육센터 수석전문위원 2021.08.06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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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 한국표준협회 ESG교육센터 수석전문위원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을 넘어 이젠 존경받는 기업이 되란다. ESG가 화두다. 영화 '베테랑' 속 최 상무(유해진 역)의 대사와 아이러니하게 일맥상통한다. "장사꾼들은 보이는 걸 팔고 사업가들은 보이지 않는데 투자해. 난 지금 내 시간을 여기 투자하는 거야."

ESG는 재무제표에 보이지 않아도 중장기 기업 가치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비(非)재무지표다. 이제 기업이 보이는 가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를 두고 경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제품 자체가 ESG 민감도가 높다. 자율주행과 함께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의 혁신이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의 13.6%, 고용의 11.8%, 부가가치의 12.0%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ESG를 핵심전략으로 채택하고 부품 공급 망에도 ESG를 보급하고 있다. 르노닛산은 2015년 협력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구매 조건으로 채택하게 하고 있다. 이를 어긴 업체는 아예 입찰에 참여도 못한다. 폭스바겐도 2016년 발표한 미래전략 'Together 2025'에서 지속 가능성을 통한 환경, 안전 등 사회적 가치에서 롤 모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국내 'K-자동차'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에 비해 ESG 횡보가 더디다. 지난 6월말 지속가능발전소가 발표한 시가총액 500대 기업의 ESG 통합점수 순위에서 현대차는 51.95점으로 203위에 그쳤다. 기아차는 55.95점으로 83위였으나, 만도(64.62점, 3위) 보다 한참 밑이다. ESG 리스크 요인이 큰 결과다.

현대차도 이를 인식해 ESG 리스크 요인 관리에 나섰다. ESG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단 목표다. 특히 ESG의 S(사회) 중 총 1880여 1차 's'(협력업체)로 전파하기 위해 공급망 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늦은 감은 있으나 파트너십을 통해 ESG를 한국 자동차 생태계로 확산시킬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 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이미 적용 중인 IATF 16949 표준은 환경, 안전 뿐 아니라 '기업책임'을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으로 요구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한국표준협회도 지속가능한 조달과 구매 지침인 ISO 20400 등 ESG 요소별 기준이 되는 표준을 개발해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월 포춘지는 투자가치, 경영과 제품의 질, 사회적 책임(ESG) 등 9가지 기준을 적용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대 기업을 발표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도요타(31위)와 BMW(35위)만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의 꿈, '가장 갖고 싶은 브랜드(Best Buy Brand)'는 ESG로 완성돼야 한다. 'K-자동차'의 ESG 안녕에 답할 때다.
김용길 한국표준협회 ESG교육센터 수석전문위원  김용길 한국표준협회 ESG교육센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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