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내 온실가스 73% 감축? 석화업계 "획기적 지원없인 불가능"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8.0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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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위원회(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위원회(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8년 6280만톤→2050년 1690만톤(73% 감축)

정부가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내건 목표치다. 업계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하되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 기업이나 한 국가만의 노력으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현재 내놓은 여러 방법론 외에도 획기적인 수준의 정책(규제 및 세제) 지원과 기업이 홀로 할 수 없는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가간 협력 모델 아이디어도 나왔다.



5일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2540만톤으로줄이는 1안, 1870만톤으로 줄이는 2안, 제로로 줄이는 3안이다. 우리나라 2018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7억2760만톤이었다.

산업 분야에서만 전환 분야(2억6960만톤) 다음으로 높은 2억6050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돼 정부의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업 분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다탄소 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 정유·석유화학 등이 탈탄소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꼽힌다.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가열로, 바이오매스 보일러 교체로 기존 연료 57% 전환, 바이오, 수소 원료를 활용해 기존 납사 52% 전환, 폐플라스틱 발생량 500만톤 중 50%를 유화해 플라스틱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움직임에 발맞춰 이미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들을 내놓고 전략 수립중이지만 현 정부의 목표는 상당히 '도전적'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LG화학은 지난해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 성장' 전략을 선언했고 SK이노베이션도 그룹 차원에서 정부가 제시한 시간표보다 빠른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2050 탄소중립' 시간표를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정부가 발표한 목표치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들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안이 보다 업계에 유리한 시나리오로 보여지나 이마저도 2018년 기준 약 97% 이상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도전적인 목표"라며 "이같은 시나리오는 실제 많은 가정들을 전제로 수립된 것으로 추후 기술 발전 속도나 추이에 따라 실제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정부는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E-Fuel(내연기관 대체연료) 등 방법론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상당수 기술은 아직 기술 검토 초기 단계다. 2030년 이후에야 기술 개발이 가능해 실제 상용화, 경제성 등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발전해 나가야 하는 기업의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화학사인 LG화학은 2050년 탄소 배출량을 2019년과 같은 수준인 1000만톤으로 억제한다고 밝혔었다. 감축의 노력 없이 예상되는 탄소배출량은 2050년 4000만톤인데 여기서 3000만톤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기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획기적인 감축량으로 봤지만 정부가 정유·화학업계에 제시한 목표치(1690만톤)의 절반 이상을 LG화학 한 곳이 차지하는 셈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매우 도전적 목표가 설정된 것"이라며 "시나리오와 실제 간 격차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대안이 있는지 의문이고 자칫하면 국가 경쟁력의 급속한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너무 늦어져도 도태되지만 너무 빨라도 기업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단 뜻이다.

정책과 인프라 지원도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수소 산업으로 가려면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는 각 기업 강점을 토대로 적극적 외부 파트너십 형성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공공부문 수요 창출과 함께 민간부문에서도 수소 사용 촉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Fuel의 경우에도 국내 기존 정유사들이 사업전환을 검토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임에도 불구 현재 환경부가 검토중인 '녹색분류체계'상 녹색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기술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현재 생산 전력에서 10% 미만인 재생에너지의 사용 비중을 각 기업들이 높이려면 전력 인프라, 기존 에너지원 대비 낮은 에너지 효율 문제 등도 국가 차원에서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경을 넘어 국가 간 공조도 반드시 필요하단 것도 업계 목소리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들은 탄소 중립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도 역내 시장 규모나 역내 각종 지원책을 통해 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부수적 목적으로 관세 성격의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해 정부가 내건 방법론들은 모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신사업들"이라며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개별 기업이 선뜻 나서기 어렵고, 시장 창출을 위해 한 국가를 넘어 유럽이나 북미 처럼 '아시아'와 큰 틀에서의 역내 경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국가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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