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한 중국 IT ETF 줍줍...해외 증시서 사는게 稅이득?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08.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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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_tom_주식_투자_부동산_증시_목돈_갈림길 /사진=김현정디자이너삽화_tom_주식_투자_부동산_증시_목돈_갈림길 /사진=김현정디자이너


개인투자자들이 중화권 주식을 저가 매수 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상장지수펀드)보다는 해외 증시로 달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와 해외에 상장된 ETF 투자에 대한 세제가 달라서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HSCEI) ETF였다. 1억1734만달러(약 1343억5400만원)을 순매수했다. 홍콩 ETF가 순매수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중국 정부의 대기업 규제 여파에 중화권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순매수 금액 중 대부분(1억1698만달러)이 중화권 증시가 급락한 7월26일~31일 한주간에 몰렸다.

HSCEI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 중 50개의 기업을 추려서 산출한 지수다. 텐센트, 메이투안, 알리바바, 샤오미 등 대형 IT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대형 플랫폼, 사교육, 게임산업에 강도 높은 규제를 지속하면서 중화권 증시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쇼크 수준까지 하락했다. 홍콩 HSCEI는 지난달 27일 8879.58(종가 기준)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3월23일 8751.7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중국 ETF에는 제한적인 자금이 들어왔다. 개인투자자들은 중화권 증시가 하락한 일주일(7월26일~31일)동안 TIGER 차이나전기차 솔라액티브는 465억원을, TIGER 항셍테크는 379억원을 순매수했다. KODEX 차이나항셍테크 112억원 등을 모두 합해도 956억원에 그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세금 때문으로 본다. 국내 상장된 해외ETF의 경우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낸다. 해외 상장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250만원(기타 해외주식 투자 통산)까지 공제 후 차익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낸다. 국내 투자보다 세율이 높지만 다른 종목과 손익통산 가능하고 분리과세 대상이다.


현행 세제 상 배당, 이자소득 등이 연간 2000만원이 넘게 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등과 합산해 과세되기 때문에 최고 4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일반 투자자라면 국내 상장된 해외 ETF가, 고액소득자라면 해외 ETF를 직구하는게 유리한 셈이다.

국내외 ETF의 세제 차이는 우리나라 ETF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러한 세제를 보완하기 위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등장했지만 투자 한도 금액이 적어 고액자산가들의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외 주식형 펀드나 ETF를 ISA를 통해 투자할 경우 △손익통산 △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200만원 초과 수익에 대해 9% 분리과세 등의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연간 납입한도는 2000만원, 전체 납입한도는 1억원에 그친다. ISA가 국내에 첫 등장한 2016년 이후 몇차례 세제 개정이 있었지만 납입한도는 5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마저도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5000만원 넘는 소득엔 20%, 3억원 초과 소득엔 25% 과세)가 시행되면 ISA는 사실상 국내 주식 투자 전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는 ISA 계좌를 통해 국내 상장 주식을 양도하거나 국내 주식형 공모 펀드를 환매하면 2023년 이후에 금융투자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세금이 부과하지 않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 세율이 대폭 올라 해외 직접투자와 비슷해진 대신 비과세 금액을 5000만원까지 높여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며 "이 세제가 시행되면 일반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주식형 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융투자소득에는 주식 뿐 아니라 ELS(주가연계증권), 배당소득, 예금·채권 이자 등이 모두 포함되고 저금리 장기화와 지난해 주식 투자 열풍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금융투자자산이 상당히 불어난 상황이라 영향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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