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에브리원, 지상파 IP의 미래 보여준 좋은 예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8.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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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스타', 사진출처=방송캡처 '비디오스타', 사진출처=방송캡처


방송가에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IP(Intellectual Property)로 불리는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커졌다. 즉 저작권을 직접 가지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급격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OTT(Over The Top) 채널의 성장을 보면 알 수 있다. 흔히 넷플릭스나 왓차, 웨이브, 티빙 등으로 대표되고 있는 이 개방형 인터넷 TV 서비스의 성장에는 플랫폼 자체가 IP를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기여가 막대했다.

덕분에 많은 채널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제작사를 사고, 좋은 연출자나 작가를 고용하고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는 배우나 예능인들을 영입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 지상파는 소외돼 있었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오던 관성에 젖어 빠르게 변하는 매체환경의 변화에 영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의 위기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상파 IP의 가능성은 의외의 장소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흔히 ‘자사 케이블’이라고 불려왔던 지상파 계열의 채널들이 주인공이다. 여기서 지금부터 소개할 ‘MBC 에브리원’은 지상파 IP의 미래를 슬쩍 가늠해볼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MBC에브리원의 시작은 2003년 개국했던 ‘MBC무비즈’다. 현재 많은 매체들이 다양한 ‘서브 도메인’을 통해 여러 웹페이지를 운영하는데 이는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번 소비시킬 가능성이 높아 흔히 쓰였다. 방송에도 비슷하다. 채널을 여러 개 만들면 메인 채널에서 만드는 콘텐츠들을 안정적으로 재방송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또 이 자체로 저작권을 다른 방송사에 파는 콘텐츠의 허브 역할도 할 수 있다. 주로 MBC에서 구입한 영화들을 틀던 채널은 2007년 폐국된다.

'주간 아이돌', 사진출처=방송캡처 '주간 아이돌', 사진출처=방송캡처

그렇게 등장한 것이 예능 전문 채널 MBC에브리원이다. 기본적으로 MBC에브리원의 구조는 MBC와 다르다. MBC에서 예능국장을 했거나 높은 직책에 있었던 임원이 대표이사로 오는 것을 빼고는 MBC에브리원은 자체적으로 인력을 수급하고 기획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개국 초반부터 MBC에브리원이 추구했던 IP는 바로 MBC의 고유 IP를 유쾌하게 비트는 것이었다.

초반 히트작 ‘무한걸스’는 여기에서 나왔다. 2007년 당시 유행하던 MBC ‘무한도전’의 오마주 프로그램인 ‘무한걸스’는 전원이 남자 출연자인 ‘무한도전’과 다르게 여성 출연자로 팀을 꾸려 여러 도전에 나섰다.

또 한 번 채널을 도약할 수 있게 했던 프로그램은 ‘주간 아이돌’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공개방송의 형태로 슬쩍슬쩍 자신들의 곡을 한 곡 정도밖에 소개할 수 없었던 지상파와 달리 2011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 팀의 아이돌이 주인공이 돼 1시간을 넉넉하게 끌어갔다. 지하 3층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하얀 배경 앞에서 저렴하면서도 독특한 웃음을 일궈냈던 것이 K팝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전 세계의 K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꺼이 번역하며 소비했다.

다시 한 번 2016년 에브리원은 MBC의 인기 IP ‘라디오스타’를 재창조한 ‘비디오스타’를 선보였다. 이 역시 남성 MC들만 나오는 ‘라디오스타’의 여성버전이었다. 2017년 외국인 관찰예능의 전성기를 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최고 시청률과 더불어 6개월 만에 100억을 버는 최고 광고 수익까지 가져오면서 에브리원의 자체 IP는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사진출처=방송캡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사진출처=방송캡처

현재 MBC에브리원의 라인업은 다양하다. ‘주간 아이돌’ ‘비디오스타’ 등의 장수 프로그램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그리고 또 하나의 외국인 예능 ‘대한외국인’을 포함해 이름만 바꿔 계속 편성되고 있는 ‘시골경찰’ ‘바다경찰’ ‘도시경찰’ 등 ‘경찰’ 시리즈 그리고 아이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쇼타임’ 시리즈 등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역량을 본사인 MBC에서도 인정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경우에는 MBC 파업이 있던 2017년에는 지상파에 대체 편성되기도 했다.

물론 MBC의 주요 예능 라인업이 ‘놀면 뭐하니?’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시점’ ‘구해줘! 홈즈’ 등으로 탄탄하긴 하지만 서브 채널의 입지임에도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슷한 컨셉트로 개국한 ‘KBS joy’나 ‘SBS funE’의 프로그램들을 생각한다면 입지가 더욱 확고해진다.

MBC에브리원도 벌써 개국 15년을 바라보고 있다. 오랜시간을 통해 숙성된 아이템과 제작 노하우 그리고 지상파와 다르게 다채로운 상상력과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는 프로그램들은 지상파 IP의 미래를 보여주는 시금석 역할을 한다.

국내의 유통시장 역시 해외 대형마트의 공습을 현지화에 성공한 국내의 브랜드들이 막아낸 역사가 있다. 넷플릭스나 다른 OTT의 공습이 뜨겁지만 아직 이들은 시장의 지배적인 사업자로 올라서지 않았다. 현지화에 성공한 MBC에브리원 같은 채널이 어떻게 일어서느냐에 따라 미래의 방송환경은 토종이 밀리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TV 시청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요즘은 그 발전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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