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2021.4.30/뉴스1
과연 문제가 아닐까.
SNS 당일신속예약 접종 시행에도 잔여량이 발생하는 경우 폐기 최소화를 위해 의료기관 자체 예비명단(해당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는 만성질환자, 60세 이상 우선)을 활용해 접종한다는 게 질병관리청 계획이다. 잔여백신 처리에 있어 SNS에 우선 올리고 그뒤 자체 병원이 마련한 예비명단 중에서도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를 우선하도록 한 것이다.
병원들은 이 지침대로 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 실행 계획에는 SNS 당일신속예약에 등록해 원하는 이들이 예약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이 업무부담을 핑계로 SNS에 올려놓지 않는다. 명확히 지침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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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잔여백신 예약 화면. 예약 가능한 병원이 없다./사진=네이버 모바일
혹시 코로나 시국에 백신 접종 위탁까지 맡아 열일하는 의료인들의 '심기'를 거스리기 싫어서일까. 만약 그렇다면 정부는 의료인들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한 대가로, 의사찬스를 쓰지 못해 아직도 백신을 맞지 못한 대다수 평범한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의료인들이 잔여백신을 지인들에게 연락해 놔주는 '의사찬스'가 현행법 위반이 아닐 순 있다. 아직 관련 법령이나 고시, 명령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청에선 분명 금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행정명령을 내리고 어기면 과태료 처분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을 쓰지 않는 건 행정청의 '부작위'에 의한 '소극행정'이다.
코로나 시국이 엄중하다면서 마스크 미착용만으로도 과태료를 300만원까지 물리는 행정청이 마스크보다 훨씬 중요한 백신 접종 순서를 지침대로 하지 않는 병원들은 그대로 두는 건 이율배반이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가 모자란다고 없던 법까지 급하게 만들어 수출까지 금지했다. 마스크 업자의 영업의 자유는 제한해도 되지만, 의료기관의 자율성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단 것인가.
의사찬스를 활용하는 이들조차 자신들의 행위가 떳떳치 못하단 걸 잘 알고 있다. 의사찬스를 '특혜'라거나 '어둠의 경로'로 부른다. "SNS 예약을 못하는 동네 주민들이 타 지역 주민에게 밀려 접종하지 못하는 역차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거나 "단골 환자에게 먼저 접종하는 게 동네 의원의 인지상정"이라는 의사단체의 핑계는 통할 수 없다. 언제부터 동네 병원 의사들이 동네 단골 환자를 그리 챙겼나.
백신이 없어서 못 맞고 있는 국민들이 아직 대다수인데 의료인 지인에게 접종 안 시키면 노쇼 물량은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SNS에 올리면 1초도 안 돼 다 예약이 되는데 그렇게 올리지 않으면서 노쇼 탓하는 것도 사실상 거짓말일 뿐이다.
현 시점에서 의사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데도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이는 드물다. 지금까지 백신을 맞지 못한 국민 중 상당수는 주변에 친한 의사 하나 없단 사실에 상대적 무능력함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정부 방침대로 순진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거나 SNS에 잔여백신을 기다렸던 말 잘듣는 국민들이다. 이들 중 다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진작에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아 아직 전세로 살거나 서울 밖으로 밀려난 가장들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을 믿고 기다린 가장들은 여러모로 가족 구성원들을 볼 낯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사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백신을 맞을 기회는 평등하고 접종 과정은 공정하고 방역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유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