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지난달 삼성생명, KB생명,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6개 보험사가 공공보건의료데이터(이하 공공의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종 승인했다. 2017년 국정감사 이후 보험사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제공이 전면 중단된 지 4년여 만에 보험사가 가명 처리된 공공의료 데이터를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공의료 데이터 개방 취지에 맞게 고령자와 유병력자 전용상품을 개발하고 보험료 할인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보험업계가 상품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료계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보험사가 공공의료 데이터를 순수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오남용 할 수 있다고 염려한다. 아무리 비식별화된 자료라고 할지라도 민간 보험사에 제공될 경우 가입차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한마디로 '보험사를 못 믿겠다'는 얘기다.
항간의 우려와 달리 재식별이 불가능한 가명정보 통계자료로는 보험료 할증이나 보험 가입거절 등에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못 믿겠다면 더 강력한 규제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은 법상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이용 가능한 정보를 '식별정보를 제거한 정보'로 정의하고, 이름 등 식별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악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개인정보보호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감시는 소홀히 해선 안된다. 하지만 이왕 공공의료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해줬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활용 가능성을 최대치로 늘려 소비자들의 편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허용은 하되 보이지 않는 '태클'을 걸어 실효성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