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0억대 인수제안 거절한 2년차 스타트업…무슨 배짱?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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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0억대 인수제안 거절한 2년차 스타트업…무슨 배짱?


''일단 개봉했으면 반품 불가입니다.'

전자제품 유통·판매업계의 이 같은 관행을 깨는 사업구조로 대기업과 벤처캐피탈(VC)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2년차 스타트업이 있다. 전자제품 체험판매 플랫폼 '테스트밸리'를 운영하는 비엘큐가 주인공. 고가의 전자제품을 먼저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사는 '선 체험, 후 구매' 판매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대면 시대의 '온라인 전자상가'로 떠올랐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엘큐는 최근 국내 유통 대기업에서 회사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대기업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1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비엘큐 측이 인수 제의를 고사한 것은 코로나19(COVID-19)로 전자제품 유통·판매 시장에서도 비대면 서비스가 급성장, 몇 년안에 기업가치가 훨씬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엘큐는 2019년 7월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4월부터 테스트밸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스트밸리는 고가의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다른 구매자의 후기 등 간접 경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던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사업 핵심은 전자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 여부는 1개월 후에 결정할 수 있는 체험 서비스다. 체험비용은 판매가의 10~15% 정도다. 최종 구매 때는 먼저 낸 체험비를 감안해 추가 비용을 내면 된다. 25만원짜리 애플 에어팟프로의 체험비용은 3만원선이다.

홍솔 비엘큐 대표는 "일반적으로 전자제품은 의류나 다른 상품군과 달리 개봉 후에는 반품이 안 된다"며 "무선 이어폰부터 수백만원대 디지털 카메라까지 사실 직접 써보기 전에는 나한테 맞는 제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한테 불합리한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월 이용자 15만명 MZ세대 '입소문'…연내 입점업체 100개·제품군 500여종 확대

대기업 100억대 인수제안 거절한 2년차 스타트업…무슨 배짱?
현재 테스트밸리 입점사들은 중소 제조업체와 스타트업, 전문 유통업체, 개인사업자 등 50여곳이다. 취급 제품군은 휴대용 게임기,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디지털 카메라 등 200여종이다. 최종 구매가 안 돼 반납된 제품은 비엘큐에서 매입한다. 입점업체의 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매입한 제품은 자체 검수센터에서 소독과 기술점검, 재포장을 거쳐 '테스트밸리 리퍼브존'에서 새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테스트밸리는 서비스 후 M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인기 전자기기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상품까지 체험 후 구매할 수 있어서다. 현재 월이용자(MAU)는 15만명 수준이다. 지난해 첫 서비스 이후 월 사용자는 13배 이상 증가했다. 월 거래액은 평균 50% 이상씩 늘고 있다. 입점업체 매출은 기존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비엘큐는 연내 입점업체 수를 100곳 이상, 취급 제품군은 500여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벤처캐피탈(VC)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도 연이어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 팁스(TIPS) 운영사인 소풍벤처스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등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패스트벤처스, 스트롱벤처스에서 누적 투자금 15억원을 유치했다. 홍 대표는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MZ세대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생산과 판매, 회수·재판매, 폐기까지 전자제품의 사용주기를 모두 아우르는 유통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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