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따라부르니 시험 100점? 노래방 점수가 성적되는 비결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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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정훈철 라잇업 대표 "학생들 공부 포기 대신 즐거움 갖게 만들 것"

정훈철 라잇업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훈철 라잇업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중세 서유럽의 학문은 신학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각지에 각지에 대학이 세워졌어(신학을 중심으로)~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한 스콜라 철학이 유행했어~ 두꺼운 벽과 기둥이 특징인 건축양식 로마네스크 양식도~'

K팝의 도입부 같은 인트로 음악이 흐르더니 여성 보컬리스트가 '중세 서유럽 사회'를 설명하는 가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경쾌한 멜로디는 K팝과 다르지 않은데 펑키한 보컬과 힙합 가사에는 중학교 2학년 사회 교과서의 소단원이 담겼다.



3분 남짓 짧은 음악으로 학습효과 극대화
힙합 따라부르니 시험 100점? 노래방 점수가 성적되는 비결
에듀테크 스타트업 라잇업은 트렌디한 노래를 통해 중·고등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습음악 앱 '열공뮤직'을 출시했다. 힙합과 발라드 등 학생들이 즐겨듣는 음악 장르에 교과서 내용을 가사로 넣어 듣는 것만으로도 학습 효과를 얻는 앱이다.

정훈철 라잇업 대표는 "청소년 2명 중 1명은 공부가 가장 고민이라고 한다. 또 청소년 70% 정도는 매일 음악을 듣는다. 이 2가지에서 착안해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학습음악'을 만들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열공뮤직의 강점은 짧고 강렬하다는 점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서 최근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가 유행하는 트렌드에 맞췄다. 역사·과학 등 주로 암기가 필요한 과목이 3~4분 정도의 학습음악으로 제공된다.

정 대표는 "인터넷 강의 등 여러 교육 콘텐츠들이 있지만 20~30분 동안 진행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끝까지 듣지 못할 때가 많다"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공부한 다음 이를 요약·정리하는데 열공뮤직이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3분짜리 노래만으로 성적을 올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열공뮤직을 듣고 공부에 재미가 붙었기에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라며 "중·고등학교 가면서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나온다. 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갖도록 하는 게 긍정적인 효과"라고 했다.


연말까지 300곡 확대, B2G·B2E 회원 본격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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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 선생님들은 교과 수업을 진행한 뒤 수업 내용을 정리할 때 라잇업이 유튜브에 개설한 열공뮤직 채널의 학습음악 동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초반에 틀어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거나 졸음을 막고 열공뮤직 콘텐츠를 과제로 제시해 가사를 모두 외우면 수행평가 점수를 주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정 대표는 "열공뮤직을 수업에 활용해도 되는지 문의해오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다"며 "아직 공식 공급하지는 않았지만 2학기부터는 학교·선생님 회원(B2G·B2E)을 확보해 교육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학교 측에 안내하고 제안하겠다"고 했다.

현재까지 제작된 학습음악 콘텐츠는 200여곡이다. 연말까지 300곡 확보를 목표로 신규 제작에 매진 중이다. 열공뮤직 앱에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유료·무료로 제공되고, 유튜브 채널에서는 일부 콘텐츠만 무료 공개된다.

여러 기업들은 열공뮤직의 차별화된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LG사이언스랜드는 라잇업과 공동 기획을 통해 '과학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LG사이언스랜드는 LG그룹의 도서관인 LG상남도서관이 운영하는 온라인 과학 포털사이트다.

인터넷 강의를 운영하는 곳들과 사업 제휴 논의도 오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MBC 에브리원의 퀴즈대결 프로그램 '대한외국인'에서 출연자들이 열공뮤직 노래를 듣고 역사 문제의 답을 찾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초등학생, 외국인 학습까지 영역 확장

정훈철 라잇업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훈철 라잇업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 대표는 열공뮤직의 콘텐츠 범위를 현재 중·고등학생 수험생 중심에서 앞으로는 초등학생까지 넓힐 계획이다. 그는 "웅진씽크빅의 유아·초등 대상 오디오북 플랫폼 '딸기콩'에서 열공뮤직의 시범서비스를 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또 K팝을 듣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영어권 외국인들도 새로운 타겟층이다. 초등학생·외국인 대상 유튜브 채널을 다음 달 중 오픈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중일 커리큘럼이 유사한 만큼 열공뮤직 지식재산권(IP)을 3국과 협업해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이 균등하게 학습을 했으면 좋겠다는 점을 회사 정관에 넣었다"며 "거창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공헌 부분도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각이 불편한 학생들이 열공뮤직을 들으면서 학습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열공뮤직을 통해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시선을 다른 각도로만 볼 수 있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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