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락선 복원에 남해 최고급 리조트 주가가 출렁인 이유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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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남해 파노라마 전경. /사진=아난티아난티 남해 파노라마 전경. /사진=아난티


"북한 소식에 왜 남해에 있는 럭셔리 리조트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나요."



지난달 27일 남북 직통연락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되며 국내 리조트·골프장 운영업체인 아난티 주가가 요동쳤다. 9.59% 오른 1만4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코로나19(COVID-19)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오름세를 보이던 아난티 주가는 지난 2일 제동이 걸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통신연락선 복원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선을 그으면서다. 그러나 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사실이 알려지며 3일 다시 1만1100원까지 반등했다.

'7말8초' 휴가철을 맞은 MZ세대 호캉스(호텔+바캉스)족 사이에서 국내 최고급 럭셔리 리조트인 아난티가 주목받고 있다. 회원제라 '지인찬스'가 아니면 발 들이기도 쉽지 않고, 회원권이 있어도 예약이 어려울 만큼 투숙 수요가 높다는 것 외에도 정치권에서나 민감할 대북 소식에 주가가 휘청이고 있어서다.



이는 아난티가 관련 업체들처럼 여행·레저주가 아닌 '남북경협주'로 묶이기 때문이다. 아난티는 2006년 복합리조트 '아난티 남해'를 시작으로 2015년 회원제 리조트인 경기도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리조트', 2017년 '부산 아난티 코브' 등을 선보이며 성장한 토종 럭셔리 리조트로, 2008년 금강산 관광지구에 진출했다.

168만㎡(약 50만평) 부지에 약 850억원을 들여 18홀 골프장과 96실의 콘도미니엄 등 온천리조트로 이뤄진 금강산 아난티를 완공했다. 그러나 운영 2개월 만에 우리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인에게 피살 당하는 사건으로 문을 닫게 됐다. 해당 시설은 '남북 사이 투자보장에 대한 합의서'에 따라 재산권이 보장돼 있지만 2010년 북한이 자산 동결조치를 취하며 10년 넘게 관리가 전혀 안되는 상황이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아난티 힐튼 호텔. /사진=아난티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아난티 힐튼 호텔. /사진=아난티
대북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다. 2019년 김정은 총비서가 금강산 관광 남측 시설에 대해 "남루하기 그지 없다"며 철거를 지시했을 때도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아난티 측은 "협의가 필요하다면 금강산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세계적인 복합리조트로 만들겠단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아난티는 관련 사업에 대한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해 왔다. 2018년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란 해석이다. 아난티는 중국 투자사가 짐 로저스와 관계가 깊고 글로벌 진출 전략을 검토하는 시점에서 조언을 받기 위해 선임했다고 설명했지만, 대북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던 짐 로저스의 성향을 고려하면 금강산 리조트 사업 여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금강산 리조트 사업의 재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이란 전제조건도 문제지만 코로나19를 겪은 아난티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아난티는 지난해 3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 3월에는 채무상환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600억원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다.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등 사업이 궤도를 찾고 있지만 당분간은 국내 사업확장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난티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6500억원을 투자해 프라이빗 친환경 리조트 '빌라쥬 드 아난티'를 조성 중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도 최고급 호텔 건설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아난티 관계자는 "금강산 리조트에 대한 의지는 과거와 크게 다름 없다"면서도 "(올해 임기 만료인) 짐 로저스의 재선임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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