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크래프톤, 하이브 성공궤도 재현하려면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8.0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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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기업공개) 대어 크래프톤이 부진한 청약 결과에 자존심을 구겼다. 통합 청약 경쟁률 7.79 대 1. 중복청약이 금지된 카카오뱅크의 청약 첫날 경쟁률(37.8 대 1)에도 못 미친다.

낮은 청약 경쟁률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249만원에 달하는 최소 청약 증거금이 부담이라는 분석부터 대어들의 잇단 '따상'(공모가 두배에서 시초가 형성된 후 상한가) 실패에 꺾인 공모주 투자 열풍 등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역대급 흥행엔 실패했다.



크래프톤을 보면 지난해 10월 하이브 (212,000원 ▲1,000 +0.47%), 당시 빅히트가 겹쳐보인다.

하이브는 크래프톤과 마찬가지로 공모 청약 전부터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아이돌 그룹 'BTS' 하나에만 의존하는 사업 구조가 걸림돌로 지적됐다. 경영진들이 발표한 플랫폼 사업 확장 계획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역부족이었다. 성과 없이 계획만 갖고,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



청약 결과는 저조했다. 하이브의 최종 청약 경쟁률은 606.97 대 1. 하이브 전후로 청약을 진행한 카카오게임즈 (20,900원 ▼150 -0.71%)(1524.8 대 1)와 교촌에프앤비 (8,060원 ▲60 +0.75%)(1318.29 대 1) 경쟁률과 비교됐다.

저조한 청약 성적과 달리 현재 하이브 주가는 29만원대다. 공모가(13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다. 상장 초반 주가에 부침이 많긴 했지만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영진들이 약속한 플랫폼 사업 성과를 성실하게 보여준 결과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말 간담회에서 자사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사업 확장을 약속했다. 하이브의 BTS처럼 크래프톤하면 '배틀그라운드'밖에 없다는 원프로덕트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공모조달 자금의 70% 이상을 IP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크래프톤이 고평가됐다고 평가한다. 청약 경쟁률이 이를 보여준다. 크래프톤은 상장 이후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만이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크래프톤의 미래에 투자한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기자수첩] 크래프톤, 하이브 성공궤도 재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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