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의 남자들→문구 삭제→검은색 훼손…결국 다 지웠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1.08.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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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지난 2일 하얗게 칠해진 '쥴리 벽화' (우) 낙서장이 된 '쥴리 벽화'/사진=홍순빈 기자(좌) 지난 2일 하얗게 칠해진 '쥴리 벽화' (우) 낙서장이 된 '쥴리 벽화'/사진=홍순빈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이른바 '쥴리의 남자들' 벽화가 흰색 페인트로 완전히 지워졌다. 서점 대표의 의뢰로 제작된 지 3주 만에 사라졌다. 벽화는 짧은 기간 무수한 논란과 고소·고발을 남겼다.

지난 2일 오후 3시부터 서점 측은 '쥴리 벽화'를 흰색으로 모두 칠했다.이전까지 '쥴리 벽화'에는 '페미, 여성단체 다 어디갔냐?', '부끄러운 줄 알아', '부선궁인가? 혜경궁인가?' 등의 문구 등이 어지럽게 써 있었다. 벽화는 이미 제 모습을 잃은 상태였다.



서점 관계자는 "서점 대표인 여모씨(58)가 점심 쯤 검은 페인트와 글귀들로 더럽혀진 벽화를 지우기 위해 다시 벽을 하얗게 도배하라고 지시를 내려 오후 3시 쯤 도배 작업을 시작했다"며 "오후에 잠시 비가 왔었는데 그친 후 1시간 정도 도색작업을 했다"고 했다.

해당 벽화는 3주 전 중고서점 사장 여씨가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의 문구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제작 의뢰했다. 지난달 28일 해당 문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연상하게 한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보수·진보성향의 유튜버 등이 벽화 인근으로 몰렸고 여씨는 지난달 30일 문제가 된 문구들 위에 흰색 페인트를 덧칠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보수 유튜버가 검은색 페인트로 벽화 그림 일부를 덧칠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윤 전 총장,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변 여성들을 겨냥한 비방 섞인 낙서들이 써졌다.

'쥴리 벽화' 위 현수막. "맘껏 표현의 자유를 누리셔도 된다"지만 "벽화는 보존해달라"는 말이 함께 써 있다/사진=홍순빈 기자'쥴리 벽화' 위 현수막. "맘껏 표현의 자유를 누리셔도 된다"지만 "벽화는 보존해달라"는 말이 함께 써 있다/사진=홍순빈 기자
검은 페인트가 덧칠해진 당일 오후 여씨는 검은 페인트를 칠해 벽화를 손괴했다며 보수 유튜버를 경찰에 신고했다. 또 당일 저녁 서점 내에 있는 직원과 손님에게 욕설을 한 또다른 보수 유튜버를 서점 직원과 해당 시간 내 서점에 있던 손님이 모욕죄로 고소했다.

서점 관계자는 "재물손괴죄는 지난달 31일 오후 검은색 페인트칠 이후 여씨가 직접 112에 신고했다"며 "표현의 자유 이유로 벽화에 글을 쓰는 건 좋지만 벽화 그림 자체를 훼손했다"고 했다. 이어 "현수막에 벽화는 보존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이를 어긴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모욕죄로 고소한 건에 대해선 "같은날 저녁 쯤 또다들 보수 유튜버가 서점 내로 들어와 직원 1명과 손님 1명에게 욕설을 퍼부어 모욕죄로 고소했다"며 "'쥴리 벽화' 논란 이후 안에 들어와 침을 뱉고 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는 벽화를 설치한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1일 활빈단은 "'쥴리' 논란이 널리 알려져 벽화의 글을 누가 보더라도 김씨를 특정해 연상하게 된다"며 "벽화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치적 폭력이자 김씨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해당 고발건에 대해 절차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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