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고로 주상에서 한 직원이 15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며 쇳물 출선작업(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쇳물은 제강, 압연 등의 공정을 거쳐 자동차용 강판, 조선 및 건설용 후판으로 생산돼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가 된다.
철광석 가격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하반기 중국의 대규모 철강 감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부터 중국 지방정부는 역내 철강사들을 대상으로 감산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중국 중앙정부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올해 조강 생산량을 지난해 생산량인 10억6000만톤 수준으로 맞추라는 '조강 감산령'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이 수출증치세 환급 폐지 품목을 늘리는 것도 국내 철강업계에 호재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철강을 수출하면 약 13%의 증치세(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1일부터 열연, 후판, 철근, 선재, 스테인리스 등 146개 품목에 대한 13%의 수출증치세 환급을 우선 폐지했다. 중국 내 수요를 채우기도 모자란 상황이기 때문이다.
8월 1일부턴 냉연도금재, 석도강판, 아연도금강판, 전기강판, 무방향성 전기강판 등 23개 품목도 수출증치세를 추가적으로 폐지했다. 냉연도금재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에 쓰인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생산하는 제품이다.
수출증치세 환급이 폐지되면서 중국 철강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중국 철강 수출도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철강업계 전문가들은 매년 6000만~7000만톤 수출되는 철강 중 절반 이상이 중국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수입산 철강재의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내수시장에서 저가 중국산 철강재가 감소하면서 철강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보통 철강재는 관세가 붙지 않고 유통비용 등이 적게 드는 내수시장 위주로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반기에도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업계는 곧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수출관세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철강재 감산과 가격 안정을 위해 중국 열간압연강판(HR) 등 일부 강재에 수출관세를 10~25%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출증치세 폐지, 수출관세 부과 등으로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줄어들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내수시장 위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도 "철광석 가격 안정화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