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백에 백신 직접 가져가라?…분통터진 동네병원 "온도 변하면 폐기"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1.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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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백신접종 뿐 아니라 백신 배송관리까지 정부가 동네 병원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백신은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운송상의 관리 미비로 백신접종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신 운송관리도 동네 병원에 떠넘겨, 온도 유지 안될까 조마조마"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네병원한테 코로나백신 배송까지 떠넘기다니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현재 동네병의원에서 코로나 접종이 시작됐다"며 "코로나 접종은 지침도 까다로워서 여러모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청원인은 "첫 번째 백신 배송은 콜드체인 업체와 군인 대동하에 이뤄졌다. 온도가 올라가면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받자마자 냉장고에 넣어 온도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런데 이번 주는 백신을 보건소로 (직접)가지러 오라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동네병원이 콜드체인 업체도 아니고 아이스박스로 이 더위에 4도에서 8도로 유지가 잘 되겠냐"며 "더구나 같은 건물에 다른 병원들은 10바이알이 넘어서 배송해주지만 그 미만이면 아이스백을 갖고 와서 직접 가져가라고 한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같은 건물에 있으면 같이 배송을 해주면 될텐데 10바이알은 군인이 지켜야하고 9바이알은 관리도 안되고 분실해도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침 진료도 못하고 (거리상)한 시간이 넘는 보건소를 가면서 가는 내내 온도 유지가 안될까봐 너무 조마조마하다"며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업무를 개인에게 위임하고 하물며 제대로 된 운송 동선도 안 짜서 매주 동네병원에 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끝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 "콜드체인 유지 필수, 의료기관 직접 수령 위험하다"
의료계도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배송체계 변경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8월 초 접종 물량 중 일부를 각 지자체로 일괄 배송해 위탁 의료기관이 직접 관할 보건소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일선 의료현장에 혼란과 우려가 유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코로나19 백신은 일정수준의 저온 냉장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콜드체인'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반드시 일정온도 유지를 위해 온도계·냉매제 등의 장비를 갖추고 엄격한 관리 하에 운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는 와중에 운반과정에서 백신 온도가 이탈되거나 훼손될 우려가 높아 운송상의 관리미비로 인한 폐기로 이어지기 쉽다"며 "의료기관에서 사용불가 백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환자에게 투여한다면 접종자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정부는 소량의 백신도 누군가에게는 한 번의 소중한 접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백신의 배송관리는 국가에서, 접종은 의료기관에서' 라는 각자 본연의 역할에 맞는 기본원칙에 충실한 정책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백신수급 지연기간 만큼의 배송일정 단축을 위해 냉장설비를 갖춘 백신 배송업체의 의료기관 직접 배송 방식이 아니라 보건소 일괄배송 후 의료기관에서 수령하도록 배송체계를 임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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