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 시간 돌아왔지만…이제는 위상 달라진 BBIG7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8.0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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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의 시간 돌아왔지만…이제는 위상 달라진 BBIG7


코스피가 다시 박스권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성장주가 다시 증시의 주도주로 떠오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초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은 경기 민감주 위주의 실적 장세가 예상됐지만 기저효과가 힘을 다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장기 금리가 하락한 점도 성장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성장주의 대표주자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7개 종목은 차별화 양상을 보이면서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370,500원 ▼8,000 -2.11%), 삼성SDI (401,000원 ▼4,500 -1.11%), 셀트리온 (172,900원 ▼4,200 -2.37%), 삼성바이오로직스 (781,000원 ▼9,000 -1.14%), NAVER (182,400원 ▲1,700 +0.94%), 카카오 (48,600원 ▼500 -1.02%), 엔씨소프트 (164,900원 ▼3,900 -2.31%) 등 'BBIG7'이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5% 수준이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에는 20%를 넘었지만 올해 경기민감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초 16.7%까지 하락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무섭게 질주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성장주의 강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민감주를 이끌었던 실적 기저효과가 약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미 1분기부터 기저효과에 따른 기대감이 주가에 대거 반영되면서 더 이상 상승 모멘텀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기저효과의 영향이 점차 사라지면 성장주의 매력인 희소성이 다시 부각될 환경이 조성된다"며 "실적 회복을 주도한 경기민감 업종의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주도주의 자리를 성장주에 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5월 말부터 장기금리 하락 추세에 따라 성장주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연준이 긴축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면서 한때 1.7%까지 올랐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1.2%대에 머무르고 있다.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성장주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성장주의 시간 돌아왔지만…이제는 위상 달라진 BBIG7
다만 성장주 대표주자 BBIG 7개 종목이 차지하는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배터리부문의 분사를 발표한 이후 상승 모멘텀이 꺾인 모습이다.

실제 LG화학 주가는 지난 5월 이후 계속 80만원대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과 지주사 할인이 적용되면서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졌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LG화학의 목표주가를 기존 140만원에서 114만원으로 낮췄다. 윤 연구원은 "실적 추정치 변경은 없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가능성을 감안해 해당 사업가치를 기존 75조원에서 55조원으로 하향한 영향"이라며 "단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전 주식 수급의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지지부진하다"고 밝혔다.

반면 분사 이슈에서 자유로운 삼성SDI는 6월 이후 20% 가까이 오르면서 다시 반등하고 있다. 약 1년 전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20조원까지 벌어졌지만 현재는 9조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그동안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천보 등 배터리 소재주의 상승세가 뚜렷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오 업종내 차별화도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부진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상승에 힘입어 시가총액 60조원선에 진입한 반면 셀트리온은 올해 내내 부진을 겪고 있다.

2월 고점 대비로는 30% 이상 빠졌고 시총 순위도 4위에서 9위까지 밀렸다.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실적도 부진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게임 업종에서 유일하게 BBIG7에 포함됐던 엔씨소프트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올해 내내 부진한 사이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데브시스터즈 등 경쟁사들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왔다.

또 오는 10일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이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 약 24조원으로 엔씨소프트를 앞서면서 대장주 자리에서도 곧 밀려날 처지다.

네이버, 카카오가 속한 인터넷 업종은 BBIG 중 유일하게 주도주 지위를 유지했다. 비대면 흐름에 힘입어 연초 대비 네이버는 50%, 카카오는 9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 상장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한때 네이버를 제치고 시총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5~6월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외하면 상승한 종목이 눈에 띄지 않았다"며 "두 종목이 지수 상승을 견인한 주도주였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치와 성장 사이에서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했던 이전과 달리 앞으로 1~2개월 정도 성장주의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개별 모멘텀을 보유한 성장주가 유리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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