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기습입당'에…국민의힘 "의도 뭔지" 여당도 "압색하듯"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1.08.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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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제공=뉴스1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제공=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기습 입당'을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패싱' 당한 당 지도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고, 여당에서조차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란 촌평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은 자초지종 해명에 나섰지만, 정치권의 뒷말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지도부 '패싱'? 이준석 "의도가 뭔지"…김기현 "이상한 모습"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나 입당 의사를 밝히고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 148일 만, 지난 6월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31일 만이다.



문제는 입당 날짜가 하필 이준석 대표는 호남 일정 중이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 중일 때라는 점이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윤 전 총장과 '치맥 회동'을 하며 입당식 준비를 위해 입당 결정을 1~2일 전에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최소한 하루 전에는 알려주겠다는 취지로 답했으나 결국 지키지 않았다.

'패싱' 논란에 대해 당사자들은 불편한 내색이었다. 이 대표는 2일 MBC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지방 일정 수행하는 것을 여의도 바닥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어떤 경로로든 (당대표 일정은) 다 파악할 수 있고, 원래 입당할 때 당 사무처에 문의하면 알려준다. 좀 의아하긴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래 윤 전 총장이 2일에 입당하기로 사전 양해가 있었는데 중간에 정보가 유출됐다고 해 일정을 급하게 변경했다고 알려지지 않았나"라며 "(입당 일정을) 다시 상의했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형식에 관해선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거듭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 입당에 대해 "조금은 어색한 모습이었다"며 "사전에 (입당의) 전체 방향에 관해서는 공감이 됐지만, 갑작스럽게 정식 입당하는 바람에 조금 이상한 모습이 연출되긴 했다"고 밝혔다.

與도 "尹 '압색'하듯 입당"…"이준석 우습게 봤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제공=뉴스1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제공=뉴스1
관전자인 여당조차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무시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수부 검사가 압수수색 집행하듯 입당했는데 당대표에 대한 노골적 무시 행위가 아닌지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여권 스피커'로 불리는 방송인 김어준씨도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에서 "통상 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패널로 출연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우습게 본 것"이라며 "굉장히 무례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아무리 이 대표가 젊어도 공당 대표에 대한 기본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한국 정치사에서 윤석열 같은 소위 '보수 1위' 대통령 후보가 당대표에게 직접 연락도 하지 않고 입당한 첫 사례가 될 것이다. 공당 대표를 이렇게 우습게 볼 정도의 오만한 정치인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또 이 대표를 향해선 "얼마나 망신인가"라며 "겉으로는 화를 낼 수 없지만 정말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다. 이런 식의 기본 절차,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건 상당히 무례하다"고 했다.

尹측 "입당 날짜는 당사자의 결정"
윤 전 총장 측은 입당 과정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상황실 총괄부실장을 맡은 신지호 전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이번 주에 입당을 캠프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었다"며 "어차피 다음 주에 하나, 그 전 주 금요일에 하나 뭔 차이가 있겠는가 싶어 (당일) 아침에 오늘 입당하기로 결심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부재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선 "이 대표와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다만 날짜를 특정하는 것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입당) 당사자가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지지율 하락으로 입당한 게 아니냐고 묻자 "지지율이 약간 흔들렸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일주일 동안 하락세를 멈추고 그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에 주체적인 결단을 통해 입당을 전격 단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2일 오전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입당 후 첫 상견례를 가졌다. 윤 전 총장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입당을 환영해주신 우리 당과 지도부, 당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많은 국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올바른 생각이란 판단하에 예상보다 좀 더 일찍 입당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근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입당 축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근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입당 축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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