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부동산 실패의 근본적 원인

머니투데이 김승욱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2021.08.0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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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 중앙대 교수김승욱 중앙대 교수


정부와 여당도 부동산정책 실패는 인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수요억제 정책기조는 유지할 모양이다. 25번의 대책으로도 해결이 안 되자 이번에는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설득하는 한편 시장교란행위를 엄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심만 더 나빠지고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야당과 야권 대선후보들은 모두 이를 비판하며 수요억제 정책기조를 전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왜 이렇게 견해 차이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 이유는 첫째, 정부 힘을 과신하고 둘째, 인간의 욕망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역사상 어느 나라도 모든 국민의 주거 욕구를 충족할 정도의 주택공급은 못 했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토지 국유화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질 낮은 수준의 주택공급에 그쳤다. 넓은 국토를 보유한 강대국 미국조차 실패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저신용자에게 내집을 마련할 기회를 주려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됐다. 저신용자에게 과도한 대출이 일어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했다.



생산능력이 충분한 국가마저 국민에게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까. 그 이유는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원하는 주택수준도 고급화하기 때문이다. 잘 살게 되면 좀 더 맛있는 음식, 좀 더 좋은 옷, 좀 더 좋은 차를 타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는 가난하기 때문에, 부자 나라는 국민이 부유해서 충분한 주택공급이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욕구를 막을 수 있을까. 이를 막으려다 실패한 사례가 공산주의에서 많았다. 구동독은 1959년 트라반트 601 모델 자동차를 생산했다. 당시 서독의 BMW나 벤츠보다 훨씬 훌륭했다. 최고속도 123㎞에 섬유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해 무게가 티코보다 가벼웠다. 그런데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이라는 공산주의 사고에 젖은 동독당국은 이것보다 더 좋은 자동차는 사치라 생각하고 1991년 단종될 때까지 전기점화장치와 바퀴의 스프링만 개량했을 뿐 이 모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 동서독이 통일되자마자 생산이 중단됐다.



정부와 여당의 주택관도 비슷하다. 주택은 거주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고 정부가 저렴한 임대아파트를 제공할 테니 여기에 만족하며 살라고 한다. 일정규모 이상이나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는 것은 투기로 간주한다. 집으로 돈을 벌면 안 된다고 국민에게 강제한다. 공산주의 실패에서 경험했듯이 이러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의식주만 충족되면 만족하는 동물과 다르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수준을 넘어 더 아름다운 옷, 더 맛있는 음식, 더 쾌적한 주거환경 등 높은 문화를 추구한다. 이를 정부 힘으로 누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경제발전은 격차를 낳는다. 이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격차를 인위적으로 없애려고 하는 시도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이 전국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주거정책의 목표를 주택격차 축소에 두지 말고 저소득층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민 주거안정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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