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에 본때 보여주자…베일 속 2차 'K스톱' 초읽기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1.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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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한투연은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한투연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항하는 '한국판 게임스톱(K스톱)' 운동이 다음주중 진행된다. 지난달 15일 에이치엘비에 대한 시범운동에 이어 두 번째다.

일부 보도를 통해 오는 10일 K스톱 운동이 진행된다고 알려졌지만 개인투자자 이익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측은 날짜와 시간, 종목까지도 특정하지 않고 돌발적으로 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주식을 사들여 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주가가 내릴수록 공매도 투자자에게 이득인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를 통해 국내시장을 약탈한다고 주장해왔다. 건강한 기업에 공매도 폭탄을 떨어뜨려 주가를 폭락시키거나 상승세를 둔화시킨다는 지적들이다.



◇게임스톱 운동?
K스톱 운동은 올초 미국에서 이슈가 된 게임스톱 운동을 본땄다. 게임스톱은 비디오게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오프라인 중심의 소매업체다. 올초 행동주의 투자자의 이사회 합류소식으로 급등세가 시작됐고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헤지펀드는 공매도에 나섰다.

2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투자채팅방(wallstreetbets) '레딧'을 중심으로 매수독려가 이어졌고 주가급등을 이기지 못한 일부 헤지펀드들이 '숏 스퀴즈'에 나서며 주가가 크게 뛰었다.

숏 스퀴즈는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가 주가상승이 될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월가의 한 헤지펀드는 급등세를 버티지 못해 다른 헤지펀드로부터 긴급히 자금을 수혈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벌어진 공매도 전쟁에서 개인투자자가 압승했다는 소식에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매도 1위 종목을 집중매수해 공매도 세력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올초부터 불을 지피던 반(反)공매도 움직임은 지난달 15일 공매도 잔고 1위 에이치엘비 주식을 집중매수하는 운동으로 확대됐다.

◇시범운동 실패 맛본 개미들…"전략수정"
에이치엘비 매수 당시 장중 주가가 20% 이상 급등했고 거래량도 평소 10배가 넘는 2000만주를 넘어섰지만 오히려 공매도 물량을 급속도로 끌어들이는 꼴이 됐다.

15일 에이치엘비에 대한 공매도 거래대금은 159억원(거래량 39만주)을 기록해 지난 5월3일 대형주 공매도 재개 후 에이치엘비 공매도 금액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인 14일 거래대금 8억원과 비교해 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에이치엘비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다음날인 16일 하루동안 공매도가 금지되기도 했다.

한투연은 시범운동의 패인으로 구체적인 시간과 날짜, 종목명을 공개한 것을 꼽았다. 당시 15일 오후3시부터 에이치엘비에 대한 집중매수를 시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고지하면서 역공을 당한 것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10일이 운동 예정일이지만 날짜와 시간도 바뀔 확률이 많다"며 "에이치엘비 매수인지에 대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매수 대상 종목이 돌발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투연에 경고장 내민 금융위
금융당국도 한투연의 반공매도 운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키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1일 '2021년 2분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주요 제재 사례 및 투자자 유의사항' 자료를 통해 특정주식에 대해 잘못된 소문을 유포하거나 거짓계책을 꾸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키는 행위, 상장증권 투자에 대한 타인의 잘못된 판단을 유발하는 행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주식을 미리 매수한 뒤 집중매수 운동을 전개할 경우도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특정세력이 주도해 상장증권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시세를 변동시키거나 시세를 변동시킨다는 말을 유포하는 행위도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한투연이 또 한 번 매수운동에 나설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제재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현재 거래소는 K스톱운동 관련 계좌를 분석 중이며 혐의가 구체화될 경우 심리를 거쳐 금융위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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