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주 호캉스족 몰렸다'…코로나 내성 생긴 호텔신라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8.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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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호텔·레저부문 실적 대폭 개선…펜트업 효과·연계상품 콘텐츠로 영업지표 끌어올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사진=호텔신라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사진=호텔신라


코로나19(COVID-19) 충격으로 곤두박질쳤던 호텔신라 (55,700원 ▼1,600 -2.79%)의 실적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 주력사업인 면세부문 회복이 두드러진 가운데 호텔사업도 코로나 내성이 생겼단 평가다. 휴가철을 강타한 '사회적 거리두기' 리스크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환대산업) 사업 실적이 상승세다. 올해 2분기 호텔·레저 부문의 매출액이 1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0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을 대폭 줄였다.

거리두기 피로감으로 발생한 국내여행 펜트업(억눌렸던 소비 폭발) 효과로 영업이 호조를 보였다. 주요 실적지표인 객실점유율(OCC)이 껑충 뛰었다. 제주 신라호텔의 분기 OCC가 77%로 코로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평균 60% 안팎에 머물던 전국 13개 신라스테이 사업장도 71%까지 끌어올렸다. 영업 제약이 가장 많은 서울 신라호텔도 43%로 직전 분기(32%) 대비 11% 신장했다.



호텔 객실사업의 양대 축인 해외 비즈니스·관광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세일즈가 여전히 막힌 상황에서 내국인 호캉스(호텔+바캉스) 수요만으로 일군 성과다. 지난해 연말부터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객실의 70~80% 수준만 가동하고 있단 점에서 사실상 '만실'이나 다름 없단 평가다.

투숙률과 함께 ADR(객실평균단가)을 끌어올린 것도 영업손실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단 분석이다. 해외 세일즈와 비교해 국내 호캉스 영업은 수익률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숙박 연계상품을 강화하며 부가수익을 창출했다. 특급호텔 자존심을 내려놓고 '데이유즈(DayUse·대실)' 패키지를 내놓는 등 파격 콘텐츠를 내놓으면서다.

호텔에서 보내는 투숙시간이 길어진 트렌드를 반영해 선보인 콘텐츠인 플로팅 요가 프로그램, 호텔 야외 수영장에서 즐기는 영화관람, 어린이 동반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키즈룸·스파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스타벅스 '레디백'과 비슷한 개념으로 판매한 '신라 에코백' 시리즈가 고가에도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굿즈 사업으로도 재미를 봤다.


업계에선 호텔신라가 3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호텔가 성수기인 7월 들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리스크가 덮쳤지만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단 관측에서다. 식음과 웨딩사업이 인원 제한으로 다소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객실은 기존에도 3분의 2수준으로 운영해왔던 만큼 거리두기 규제에 어느정도 면역이 있단 평가다.

역점사업인 해외호텔은 아픈 손가락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오픈한 신라 모노그램 다낭의 영업전망이 불투명하다. 지난 4월 1년 만에 영업을 재개했지만 최근 호치민, 하노이 등 대도시가 봉쇄되는 등 현지 방역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위탁운영이라 재무손실이 큰 것은 아니지만, 다낭을 전초기지 삼아 글로벌 확장전략을 펼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레저부문은) 준성수기 효과로 투숙률이 개선됐고 지난해 축소한 고정비가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돌아오며 실적이 개선됐다"며 "3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을 감안해도 현 수준 실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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