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해삼'처럼 변하는 로봇 소프트액추에이터 개발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2021.08.0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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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최의현 에드믹바이오 연구개발팀장 등 연구 성과

'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해삼. 해삼은 울퉁불퉁 둥글고 긴 모양을 하고 있지만, 손으로 만지면 처음엔 부드럽다가 딱딱하게 변한다. 조그마해졌다가 몇 미터씩 늘어질 수도 있고, 죽어 말라비틀어져도 물만 부으면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렇게 몸이 변하는 해삼 조직을 모사한 로봇 액추에이터가 국내 연구진의 손에서 개발됐다.

김동성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와 최이현 박사(에드믹바이오 연구개발팀장), 한현석 석사 연구팀은 해삼의 가변 특성을 갖춘 콜라겐성 조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를 개발했다. 이들이 개발한 자가 작동 유언 액추에이터는 기존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뛰어넘는 강력하고 빠른 수분 반응을 내는 게 특징이다. 국제학술지 '재료화학 A 저널' 최신호에 이 같은 연구 성과가 게재됐다.



해삼의 몸은 콜라겐성 조직으로 이뤄졌다. 주변 상황에 맞게 단단해지거나 부드러워질 수 있는 셈이다. 해삼의 탄성률은 수초 내에 10배 까지 변화된다. 순식간에 작은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거나 몸을 부풀려 포식자를 위협하는 게 가능한 셈이다. 이는 해삼이 체내 화학조절제의 분비량을 조절하면서 가능한 것이다. 콜라겐성 조직 내에서 수소 결합이 이뤄지거나 파괴돼 일어난다.

액추에이터는 모터나 스위치처럼 전기적 신호의 변화를 이용, 물리적 상태를 바꿔주는 장치를 말한다. 물을 에너지원처럼 활용하게 되는 소프트 액추에이터의 경우 움직임이 부드럽다. 변형이 잘 돼야 하는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 적용이 쉽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낮은 강성과 작동 속도가 느려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이번에 해삼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개발한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아주 유연하게 변하는 대용량 나이팜 하이드로젤을 바탕으로 한다. 80도 수준의 물과 같은 환경에서도 기존의 물 활용 소프트 액추에이터보다 작동력이 200배(2뉴턴)는 높다. 작동 속도는 300배(1/3초)가 빠르다. 그 밖의 여러 번의 테스트를 통해 액추에이터에 매우 높은 변형률을 가해도 원형을 복원하는 견고함을 보였다고 연구팀 측은 설명했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면 사람의 팔처럼 자연스럽게 재료를 집고 들어올리는 로봇 그리퍼 등이 가능하다. 의료 환경에서는 상처 봉합기나 인공 손가락 등에도 쓰일 수 있다.

김동성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수분이 소프트 로봇에 닿으면 동작한다"며 "유연하고 변형이 잘돼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새롭게 개발한 하이드로젤 액추에이터는 매우 강력하고 작동이 빨라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화학 에너지를 이용해 로봇을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삼 원리를 활용한 소프트 액추에이터 연구 논문이 실린 재료화학 A 저널 최신호/사진제공=에드믹바이오해삼 원리를 활용한 소프트 액추에이터 연구 논문이 실린 재료화학 A 저널 최신호/사진제공=에드믹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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