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스1) 송원영 기자 = 31일 저녁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4차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김연경이 공격을 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2021.7.31/뉴스1
대표적인 종목은 금밭으로 불렸던 양궁의 남자 단체전이었다. 한일전으로 펼쳐진 4강전에서는 슛오프(동점상황이 이어질때 한발씩 더쏴서 최종승자를 가리는 승부방식)까지 가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한국은 김제덕의 화살이 일본 선수의 화살보다 과녁 중심부에 2.4㎝ 가깝게 꽂혀 극적으로 결승에 올랐다. 김제덕의 2관왕 발판은 한일전 승리였던 것이다.
물론 한일전에서 패한 종목도 많다. 여자탁구 단식, 여자 태권도 49㎏급, 남자유도 100kg급, 펜싱 남여 에페, 7인제 남자 럭비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정당당한 승부에서의 패배였다.
상대국에 대한 반대 정서를 자국내 정치활동에 연결지으려는 움직임도 여전히 포착된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지지율 하락 등에 시달리는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9월말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이후 자신의 입지 확보를 위해 올림픽에 사활을 건 상태다. 올림픽을 무사히 마치고 백신 접종을 가속화해 코로나19 상황을 안정시킨 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3년 더 이어간다는 구상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한일 무역전쟁의 불을 댕긴 전임자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또다시 반한 정서에 기댈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치를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진행되는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의 외교 문제가 후보간 경쟁의 불씨로 작용할 개연성이 여전하다. 토착왜구나 죽창가 등 맥락없는 구호와 저열한 비판이 언제든 난무할 수 있고 반일 프레임의 득실 계산도 물밑에서 수그러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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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림픽 얘기다. 치열한 한일전을 치러낸 선수들은 승리에 목매기보다 멋진 승부를 일궈냈다. 상대에 대한 호평도 빼놓지 않는다. 유도 은메달리스트 조구함은 결승전 경기 뒤 일본 선수의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상대가 강했다. (패배를) 인정한다"고 했다. 뼈아픈 배구 한일전 패배 뒤 일본 언론은 "김연경이 '한일전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며 "김연경 밑에서 똘똘 뭉친 한국 여자대표팀이 메달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선수들 외에 한일 정치권과 외교당국의 페어플레이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물론 또다시 배구와 야구경기 등에서의 한일전 승리를 기대한다는 건 빼놓고 싶지 않다. 마이클 조던을 다룬 다큐 '라스트 댄스'를 좋아한다는 김연경의 마지막 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